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프로듀스 문자투표 100원, 10만원으로 돌려받는다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팩트체크]

중앙일보

프로듀스X101 프로그램 일부 내용 캡쳐 사진. [엡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듀스X101’에 보낸 문자 투표 값 100원, 10만원으로 배상받을 수 있을까.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가 문자 투표 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100원 내고 문자 투표한 사람들이 10만원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프로듀스X101 팬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김종휘(법무법인 마스트) 변호사는 “배상명령은 판사가 결정하는데, 100원의 문자투표가 있었다면 100원 그 자체만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자 투표 값을 넘어서는 액수를 인용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영글(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도 “문자 투표를 한 사람이 프로듀스에 대한 형사 소송 중에 ‘문자 투표를 했으니 투표값을 배상해달라’고 신청하면 받을 수 있겠지만, 100원 이상의 액수를 받으려면 또 다른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에도 10일 밤 '진상규명위원회_대변인'이라는 이용자가 "한 언론을 통해 '1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정사실처럼 유포되고 있는데, 이는 인터뷰를 했던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절대적인 보상 금액이 될 수 없다"며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안모 PD 등의 엄중한 처벌을 위해 감형될 가능성이 있는 배상명령신청 관련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프로듀스X101 포스터와 구속된 안모 PD. [일간스포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번진 이유는 뭘까. 그것은 형사재판의 배상명령제도 해석을 잘못 했기 때문이다.

배상명령제도는 법원이 형사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선고할 때, 그 범죄 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나 치료비, 피고인과 합의한 손해배상액 등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피해자를 위해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 없이 간편하게 가해자로부터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이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 범죄 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문자 투표 값 100원이다. 판결 전 ‘문자투표 값을 돌려달라’고 신청한다면 100원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위자료는 배상명령제도를 통해 받을 수 없다.

문자 투표를 한 사람 중 그 이상의 위자료를 받기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따로 민사소송을 내야 한다. 그런 다음 재판에서 "내가 한 문자투표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주영글 변호사는 “위자료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원회 측도 "배상명령신청을 하더라도 프로그램 특성상 피해자 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과다한 배상액을 피고인(안 PD 등)이 동의하지 않으면 배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또 피고인이 동의한다고 해도 배상명령 신청이 너무 많아 공판 절차가 현저히 지연되면 재판정이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MBC PD수첩 'CJ와 가짜 오디션' 프로그램 내요 일부 캡쳐 사진.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연한 연습생들은 제작진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것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한변협 대변인인 허윤 변호사는 “조작을 한 사람들, 즉 제작진이 고의 과실에 의해 연습생들에게 가해 행위를 했어야 연습생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건이 고의 과실이라는 것은 맞지만 연습생들에게 ‘가해’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 연습생에 대한 특혜 행위는 맞지만, 다른 개별 연습생들을 피해를 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따져야 할 게 많다는 취지다.

주영글 변호사도 “연습생들이 사기 피해 당사자로 인정되긴 어려운 면이 많다”며 “사기 피해자가 되려면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상황까지 놓고 보면 사기 피해는 문자투표를 한 사람들이 입은 것이고, 업무방해는 CJ ENM이 당한 것”이라며 “연습생들이 민사상 ‘불법 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위자료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가 인용된다 해도 많은 금액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