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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씨앗' 이공계 포닥…"척박한 연구 환경에 韓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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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닥이지만 독립적인 연구 활동 제약…연봉도 박사급 대비 절반 그쳐

정부 R&D 중 단 22억 투자…"채용연계형·펠로우십 확대해야"

뉴스1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진 사진.(식품연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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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다수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과학자 일생에서 특정한 한 시절에 자신들의 핵심 연구 성과를 창출하곤 했다. 바로 '박사후연구원'(포닥·Post doctor) 시절이다. 포닥시절이 '노벨의 씨앗'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랠프 스타인먼이나 1953년 수상자 제임스 왓슨 등이 당시 포닥 신분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국가 과학기술의 튼튼한 지지기반이자 허리가 되는 인력인 포닥이 국내에서는 독립적인 연구가 어렵고 처우가 열악해 해외로 유출된다는 지적이다. '두뇌 유출' 우려다. 아예 과학기술계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향후 채용형 연계형 프로그램이 나 산업체 연계 펠로우십 등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수환경·고용 연구책임자에 의존해 '독립 연구' 어려워…연봉 통계도 없어

포닥은 지도교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과제를 받아 진행하는 석·박사생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연구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과학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연구생을 거친 이후 첫 독립적 연구자 시절이기에 의욕도 넘치고 연구에 대한 열정도 가장 높은 때다.

199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르빈 네어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명예교수도 지난 9월 <뉴스1>과의 인터뷰를 갖고 "박사 학위를 받고 포닥 생활을 한 2~3년을 거친 젊은 과학자들은 반드시 독립적인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포닥과정에서의 독립적인 연구 활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먼 나라' 일이다. 한 국립대 소속 포닥은 "연구비가 부족한 연구실 사정 탓에 주로 연구책임자(교수)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형태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 시간이나 예산으로 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까지 포닥에게 독립적인 연구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고 자조했다.

우리나라 경우 포닥의 연수환경이나 고용·처우 등을 소속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연구책임자 관리에 의존한다. 그러다보니 포닥 연구 주제 또한 연구책임자에 종속이 심해 독립된 연구 환경을 제공받고 있지 못하다.

이들이 받는 연봉 등 처우도 문제다. 한시적인 고용환경이다 보니 구체적으로 집계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소관·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은 포닥과 관련한 연봉지표 등을 구체적으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NST 관계자는"“포닥이 출연연 소속 석사과정생, 박사과정생 등과 함께 '연수생' 직군으로 묶여 소속 포닥의 연봉 등은 따로 집계·취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연구재단 역시 관련 국내 포닥의 연봉과 관련한 자료를 따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다만 2016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이공계 박사후과정연구원의 경력 경로 다변화에 따른 새로운 지원정책 모색'에 따르면 당시 박사후과정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3142만원으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정규직 5498만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있음에도 포닥은 정규직의 약 57% 수준의 연봉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포닥 양성을 위한 정책 필요…"채용 연계형·산업체 연계 펠로우십 확대"

연구재단이 지난 4일 발간한 이슈리포트 '해외 주요국 박사후연구원 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자는 2015년 1만3077명으로 2000년 6153명에 비해 2.13 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재단이 지원하는 박사후연구원 국내연수로 16억원, 국외연수 6억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0년 이후 포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확대로 포닥 70% 이상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포닥의 90% 이상은 포닥 경험이 직업 선택에 큰 영향을 줬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채용 채용 연계형 프로그램이나 포닥이 다양한 경로경력 진출을 위해 산업체 연계 펠로우십의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펠로우십의 지원 대상의 제한 완화, 지원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초기 박사들에 대한 개방을 중요시한다. 젊은 연구자들이 대학에서나 산업현장에서 중장기적인 경력을 쌇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독일은 포닥제도 관련 운영 기관의 예산이 매년 5%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해외 정책을 이 보고서는 박사후연구원 경력 개발과 연구환경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우수한 인재 확보와 포닥 경력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포닥 지원 사업의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채용 연계형·산업체 연계 펠로우십 확대와 관련한 정책은 물론 국내에서도 신진 연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계속 거세지고 있다. 국내 포닥 지원으로 해외 두뇌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9월 기초연구연합회 주최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포럼'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차선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당시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딴 포닥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심각한 '두뇌유출'이자 국가 '연구력유출'"이라면서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실 인력 구성을 살펴보면 대학원생보다는 박사급 전임연구원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포닥이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 포닥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 박사후연구원 지원사업 현황' 보고서를 집필한 송수경 한국연구재단 자연과학단 담당은 "여성 과학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일본에서 지난 2006년 도입됐다"면서 "일본의 RPD(Restart PostDoc fellowship)제도는 출산이나 육아로 연구활동을 중단했던 여성 연구자가 연구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과거 5년 사이 3개월 이상 연구를 중단한 자에게 3년간 월급과 연구비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국내 여성 연구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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