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청문회 도울 뻔했던 송경호, 조국 저격수 된 기막힌 사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송경호를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보내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8월 초,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다. 윤 총장은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을 도와주기 위해 검찰 내 인사청문회 신상 관련 대응 부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송경호(49·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지원하려는 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을 도울 뻔했던 송 3차장검사는 현재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총괄하고 있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을 도우려 했을까, 막으려 했을까. 검찰 안팎에선 '운명의 장난'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①윤석열, 조국 도우려 했나?



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조 전 장관의 청문회 통과를 지원하려는 의사가 강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하기 전부터 이미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주장과 배치되는 장면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개진하고 면담요청을 했다"며 "(조 전 장관) 지명 전인 8월 초부터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한 대검 관계자는 "완전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사전에 내사를 벌일 근거도, 이유도 없었다는 취지다. 검찰이 '검찰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기필코 막아야 했을 것이란 여권 일각의 짐작도 "틀린 소리"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주도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엔 특별수사로 대표되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방안이 아닌, 오히려 유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앞서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이른바 '항명 파동'을 벌였을 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던 조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는 글을 써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②왜 송경호인가?



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위원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를 지원하려고 했던 윤 총장은 다름 아닌 송 3차장검사를 콕 집어서 지목했다고 한다. 송 3차장검사가 검찰 내 청문회 신상 대응의 전문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송 3차장검사는 2011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신상 관련 대응도 담당했다고 한다. 권 전 장관은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다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송 3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던 시절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도 도왔다.



③"조국 수사해야"…대검 기류 언제 바뀌었나?



중앙일보

7월 25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윤 총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언론 검증이 쏟아지며 검찰의 기류도 조금씩 바뀌었다. 사모펀드에서 출발한 의혹이 조 전 장관 동생의 위장 이혼 문제로까지 번지자 검찰 내부에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미 8월 중순 무렵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각종 고소·고발장이 접수되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대검 참모들은 조 전 장관 동생의 위장 이혼 의혹의 경우 아파트 출입 CCTV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보관 기간이 길지 않아 신속한 강제수사 착수가 필요하다고 윤 총장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검찰이 사실상 증거가 사라질 때까지 방치하는 것과 같다는 취지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때만 해도 "조금 기다려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윤 총장이 강제수사 착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8월 20일 조 전 장관 딸(28)이 고교시절 단국대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언론 보도였던 것 전해졌다. 그리고 꼬박 일주일 뒤, 송 3차장검사 산하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가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하며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 전 장관을 도울 뻔했던 송 3차장검사가, 도리어 조 전 장관을 겨냥하게 된 이유다.



④"검찰의 인사권 도전"…여전한 여권의 검찰 불신



중앙일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9일 오후 재단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에 앞서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는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내가 봤더니 조국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절대로 법무 장관이 되면 안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 발언을 공개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혹은 그 이후의 어느 시점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왔고 이에 따라 윤 총장이 청와대에 '조국 부적격 의견'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대표적인 인물이 유시민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지명 전후로 내사에 착수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알릴레오' 방송에서 '내사설'을 부인한 검찰을 향해 이른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윤 총장이 A씨에게 했다는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유 이사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총장은 A씨에게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며 "내가 봤는데 몇 가지는 아주 심각하다. 법대로 하면 사법처리감이다"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임명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냥 가면 장관 돼도 날아갈 사안"이라며 "내가 대통령을 직접 뵙고 보고 드리고 싶다. 이건 대통령을 향한 내 충정이다"는 말도 남겼다.

해당 발언은 조 전 장관이 지명된 8월 9일부터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첫 압수수색이 있었던 8월 27일 사이에 이뤄진 대화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A씨가 청와대 인사가 아니라면서도 "말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내부에선 유 이사장 발언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착수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들이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선 것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검찰의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다만 윤 총장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설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적어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런 것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⑤"사실상 조국만 남았다"



중앙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조 전 장관 아내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구속기소되며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검찰이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76일 만이다. 법조계에선 "수사대상으로 사실상 조 전 장관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이 조 전 장관과의 공모 하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조 전 장관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저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저의 모든 것이 의심받을 것이고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이어 "어떤 혐의일지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인다"며 "참담한 심정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그 과정이 외롭고 길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오롯이 감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