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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돼지 퇴비화 반대'했더니…돌아온건 핏물 된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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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임진강 수돗물을 안심하고 이용해도 되나 걱정입니다. 당분간 생수를 사다 먹어야 할지 고민이에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저지를 위해 살처분된 돼지의 핏물이 다량으로 경기도 연천군 중면 임진강 식수원 상류 하천으로 유입된 사실(중앙일보 12일 자 14면)이 알려지자 연천군민들이 좌불안석이다. 연천군 주민 이모(65)씨는 12일 “9~11일 사흘간 엄청난 양의 죽은 돼지 핏물과 피범벅이 상수원과 인접한 상류 마거천에 유입됐으니 어떻게 안심하고 수돗물을 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데도 연천군은 식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뒤늦게 실시한 데다 결과 마저 며칠 후에나 나온다고 하니 불안해서 수돗물을 먹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연천군은 중면 마거리 민통선 내 빈 군부대 땅에 연천 관내에서 ASF 확산 저지를 위해 살처분한 4만7000마리의 돼지 사체를 매몰 작업에 앞서 임시로 쌓아 뒀다. 이곳에서는 9~11일 사흘간 50m 거리로 인접한 임진강 상수원 상류 마거천으로 돼지 핏물 등의 침출수가 흘러들어 300여m 구간 하천을 붉게 물들게 하거나 허연 거품으로 뒤덮이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10일 밤엔 비가 내리면서 돼지 핏물 등 다량의 침출수가 하류 상수원보호구역 방면으로 쓸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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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낮 경기도 연천군 중면 마거리 민통선 내 임진강 상류 마거천. 상수원보호구역과 인접한 하천이 인근 살처분 돼지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핏빛으로 변한 모습.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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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민통선에서 출입 영농을 하는 한 주민은 “10일 산처럼 쌓여 있던 수만 마리의 돼지 사체 가운데 더미 아래쪽에 있던 돼지의 사체가 부패 과정에서 잇따라 몸통이 터지면서 핏물 등 침출수가 인근 하천으로 마구 흘러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죽은 돼지 더미의 높이가 움푹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매몰 작업은 13일 오전 완료 예정, 수질 검사는 며칠 후 나와



연천군에 따르면 침출수가 유출된 마거천의 1㎞ 정도 하류 하천은 연천군 주민과 군인 등 7만여 명에게 하루 총 5만t의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2.8㎢)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12일 “지난 10, 11일 이틀 동안 물길을 막고 펌핑 작업을 통해 하천으로 유출된 돼지 핏물 등 침출수를 걷어 올리고, 주변 도로 등지에 떨어진 돼지 핏물도 걷어낸 뒤 생석회를 뿌려 방역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돼지 사체 5000마리도 인근 민통선 내 부지에 13일 오전 중 매몰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천군 상수원을 관리하는 맑은물관리사업소 측은 “지난 11일 오후 침출수 유출 주변 하천에서 하천수를 떠다가 12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데 이어 12일에도 수자원공사·한강유역환경청·연천군 등이 합동으로 다시 나가 하천수를 떠다 수질검사를 재차 의뢰했다”고 말했다. 수질검사 결과는 4∼5일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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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경기도 연천군 중면 마거리 민통선 내 임진강 상류 마거천 인근에 마련된 살처분 돼지 매몰지.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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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임진강 하류 금파취수장 취수 중단



파주시는 파평면 금파리 임진강 금파취수장의 상류인 연천군 임진강 지류 하천 오염과 관련, 12일 오전 10시부터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금파취수장에서는 하루 5만t의 수돗물을 파주 북부 12만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10일 연천군 중면 마거천에서 발생한 돼지 사체 침출수의 일부가 오는 13일 임진강으로 유입될 것으로 파악하고, 파주 북부지역에 공급되는 수원을 팔당 광역 상수도로 대체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는 운정·교하·조리·금촌·월롱을 제외한 파주 북부지역 마을 방송과 아파트 방송 등을 통해 이 같은 조치상황을 전파했다.



살처분 돼지 재활용 업체 가동 반대 지역 민원이 살처분 진행 차질 야기



이런 가운데 이번 매몰지 침출수 유출 사고는 살처분 돼지를 퇴비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업체의 가동을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 게 발단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연천지역 돼지 16만 마리를 전량 수매 또는 도태 처리해 없애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천군은 이 가운데 도태 처리 대상 12만6000마리 전량을 살처분 후 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하는 ‘랜더링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연천군이 의뢰해 오던 연천과 포천 지역 2곳의 랜더링 업체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막혀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연천군은 돼지를 살처분한 뒤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FRP)에 담아 땅에 묻는 ‘매몰 방식’으로 급히 전환하면서 협소한 민통선 매몰지에 돼지 사체가 몰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연천군 관계자는 “이에 따라 10일까지 완료된 연천에서 마지막으로 살처분된 돼지 4만7000마리의 사체가 민통선 내 매몰지로 한꺼번에 몰린 게 침출수 유출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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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경기도 연천군 중면 마거리 민통선 입구에 대기 중인 살처분 돼지를 가득실은 덤프트럭 행렬.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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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침출수 유출 사고와 관련해 매몰 규정을 지켰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연천군 측은 살처분 과정에 돼지 사체를 소독 처리했기 때문에 침출수가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연천군, 살처분 비용 전액 국비 지원 요청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이석우 공동대표는 “방역 당국이 무리한 일정으로 살처분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상수원보호구역과 인접한 상류 하천 변에 매몰지를 선정했다가 이번 대규모 침출수 유출사태가 나고 식수원이 오염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며 “빈틈없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마련하고 책임 여부를 확실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천군은 현재 100% 지방비(도비·군비)로 부담하게 돼 있는 돼지 살처분 비용을 군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전액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연천군의 돼지를 살처분하는데 든 비용은 총 230억원이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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