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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벤츠 스포츠카 받고 기아차 자랑한 테니스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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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15년째 협업하는 기아차·나달
‘ 포스트 김연아’ 후원 KB금융
야구 구단주가 된 IT·통신 기업

조선일보

기아차는 2004년 파트너십 계약을 시작으로 15년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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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선수·구단과 함께 뛰는 국내 기업이 있다. 기아자동차는 15년간의 후원을 통해 라파엘 나달이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는 데 일조했다. ‘피겨 퀸’ 김연아 뒤에는 중학생 시절부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KB금융그룹이 있었다. 관중 800만명 시대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는 기업의 마케팅 격전지가 됐다. 산업 성장과 함께 IT·게임·통신 분야 경영인이 기존 대기업 오너의 전유물이었던 프로야구 구단주 자리를 차지했다.

◇15년 인연 기아차·나달 "가족 같다"

"기아차는 아니지만 좋은 차이긴 하네요(It’s not a Kia, but it’s still good)." 2015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메르세데스컵 단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나달이 부상인 벤츠 스포츠카를 보고 한 말이다. 고급차 벤츠를 대중차인 기아차와 비교한 것이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은 벤츠 스포츠카를 좋아하겠지만, 경쟁사의 홍보대사로서 돈을 받은 사람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아차의 홍보대사인 나달과 기아차의 인연은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 스페인 법인의 마케팅 담당자가 2004년 나달에게 파트너십 계약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당시 데뷔 4년 차의 나달은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지만 세계 랭킹은 50위권에 그쳤고, 부상도 잦았다. 기아차 입장에서도 파트너십 계약은 위험한 ‘베팅’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기아차의 판매량이 적고 인지도가 낮았던 때라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수와 기업 모두 파트너십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나달은 계약 체결 다음 해인 2005년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세계 랭킹 2위에 등극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나달은 현재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와 함께 ‘톱3’로 꼽히는 선수로 성장했다. 나달의 고향인 스페인 등 서유럽에서 기아차 판매량은 2004년 18만 대에서 2018년 49만 대로 뛰었다. ‘나달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기아차의 평가다.

기아차 관계자는 "나달과의 관계는 15년에 걸쳐 상업적 제휴 이상의 가족 같은 인간적인 연대로 발전했다"고 했다. 나달도 "2004년부터 후원해준 기아차가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2013년 나달이 심각한 부상을 겪자 나달의 회복을 기원하며 팬들의 응원 목소리를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슬럼프가 이어지던 2015년에도 재계약을 하며 나달에게 신뢰를 보였다.

KB금융과 ‘피겨 퀸’ 김연아도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KB금융은 2006년 중학생이던 김연아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2014년 선수 은퇴 이후 현재까지도 KB금융 계열사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좋은 기업 이미지 만들기에 기여한다. KB금융은 김연아를 시작으로 비인기 종목 후원을 확대했다. 피겨 스케이팅을 비롯해 컬링·스켈레톤·아이스하키 등 9개의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팀, 12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김연아 키즈’ 차준환과 임은수, ‘한국의 아이언맨’ 윤성빈, ‘포스트 박태환’ 이호준 등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종목과 관계없이 열정과 실력이 있는데 환경이 열악한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0월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에서 SK 와이번스에 승리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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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구단주’ 히어로즈·다이노스

"저는 자리 욕심이 딱 하나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입니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을 사퇴한 조국 교수가 과거에 했던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프로야구 구단주가 되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프로야구 구단주는 대기업 오너의 전유물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SK 와이번스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LG 트윈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구단주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초대 구단주였지만, 2002년부터는 삼성그룹 전문경영인 출신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구단주는 대기업 오너가 한다’는 공식을 깼다. 키움 히어로즈가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키움증권이 "돈 잘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부터 연간 100억원, 5년간 500억원을 내고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십(naming sponsorship·사명이나 상표를 홍보해주고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을 체결했다. 키움증권은 2018년 129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는데, 네이밍 스폰서십에 연간 100억원을 쓴 것은 사실상 히어로즈 마케팅에 ‘올인’하는 셈이다. 스폰서십을 시작한 첫해 키움 히어로즈의 선전으로 키움증권이 얻는 마케팅 효과는 비용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히어로즈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운영되는 구단으로 꼽힌다. 프로스포츠단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히어로즈는 구단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인 서울 히어로즈가 타 기업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맺는다.

스폰서십을 제공하는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이었고 기업이 바뀔 때마다 구단은 우리·넥센·키움 히어로즈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프로야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히어로즈가 열어줬다. 키움증권이 스폰서십을 체결한 뒤인 올해 5월 모그룹인 다우키움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2011년 아홉 번째 프로야구 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했다. 2013년에는 NC 다이노스를 1군에 올려놓으며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합류 이후 22년 동안 지속된 8개 구단 체제를 깨뜨렸다. NC 다이노스 창단 당시 엔씨소프트는 연매출 6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었다. NC 다이노스에 이은 2013년 kt 위즈 창단은 IT·게임·통신 산업의 성장을 반영한다. 프로야구 구단 운영비는 연간 150억~200억원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 수치로 딱 떨어지지 않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며 막대한 돈을 쓰기란 쉽지 않다. 구단 실적이 좋을수록 마케팅 효과는 크지만 구단의 실적을 장담할 수도 없다.

경영인의 야구 사랑이 더해지면 장벽은 낮아진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틈날 때마다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선수의 팬이자 야구 선수를 꿈꿨던 김택진 대표는 2011년 3월 야구단 창단 기자회견에서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kt 위즈를 창단한 이석채 전 KT 회장은 미국 보스턴대 유학 시절 야구장을 찾아 메이저리그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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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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