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정경심 공소장에 11차례 등장…조국 향한 검찰의 노림수는?

댓글 1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등 조사 / 조국, 인맥 활용 정황 간접 언급 / “檢, 소환조사 뒤 기소 판단할 듯” / 法, 鄭 추가기소건 신속처리 지정 / 코링크 투자사에 100억 담보대출 / 검찰, 상상인저축은행 압수수색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린 조 전 장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14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딸의 스펙을 부풀리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로 허위 인턴수료증을 직접 만들었다. 단골 미용실 직원 이름으로 된 계좌로 주식에 투자했고, 펀드투자 관계사들에 허위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모두 정 교수의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이 11차례 등장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딸 조모(28)씨의 인턴 의혹과 정 교수의 차명투자, 주식 거래과정에서 활용된 미공개 정보 등의 혐의 모두가 조 전 장관과 연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정 교수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가 딸의 입시를 돕기 위해 11차례 허위 인턴증명서를 만들고 검찰조사에 앞서 증거를 없애는 등 치밀하게 수사에 대비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정 교수는 스펙이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 딸의 허위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고교생들이 접근하기 힘든 논문 저자 등재나 국책기관 등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는 허위스펙을 만들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도록 했다. 조씨는 식물을 키우면서 쓴 생육일기로 국제학회 발표 논문 3저자가 됐다. 고려대에 합격한 조씨는 이후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 조씨가 2013년 차의전원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 정 교수가 교육청으로부터 허위 보조금을 받아 조씨에게 전달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정 교수는 2013년 동양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영어영재프로그램 개발사업 연구를 보조하는 두 명에게 줄 1200만원이 필요하다며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정 교수는 이 돈의 일부를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조씨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이를 사기 혐의로 적시했다.

정 교수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악연은 2015년 12월 시작됐다. 정 교수는 코링크PE에 투자 후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1억5795만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오르자 단골 미용실 직원 등 지인 세 명의 명의를 빌려 790회에 걸쳐 주식을 거래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 교수의 혐의는 조 전 장관과 대부분 연결돼 있다. 공소장에 직접 쓰여 있진 않지만 조 전 장관의 인맥을 활용해 조씨가 인턴을 했다거나, 조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정 교수가 차명투자를 했다는 식으로 간접 언급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략적으로 조 전 장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혐의를 미리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로 입을 맞추지 않았어도 범행 모의정황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공범 여부는 조 전 장관을 직접 조사한 뒤 검찰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공소장에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있고,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며 “진실은 법정에서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기소된 정 교수의 사건을 이날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지정했다. 적시처리 중요사건은 다른 사건보다 우선 처리하고, 기일 간격도 좁게 잡는 등 신속히 진행된다. 정 교수의 추가기소 사건을 맡을 재판부는 13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의 가족펀드 연루 의혹을 받는 상상인그룹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세계일보

12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김종오 부장검사)가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사와 관계자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각종 금융 자료를 확보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도 관련이 있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기소)씨가 총괄대표를 지냈던 코링크PE와 코링크PE가 인수한 더블유에프엠(WFM)의 수상한 자금거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코링크PE가 투자한 회사인 WFM에 전환사채(CB)를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해 줬다.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8월 WFM에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20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에 골든브릿지증권 인수에 나섰던 상상인그룹이 조 전 장관 측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대출을 실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상상인저축은행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정필재·유지혜 기자 rus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