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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위안부' 첫 재판, 日불참…할머니들 "아베 나와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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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일본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야"

일본, 세차례 소송서류 반송…기각 주장

재판 늦어져 할머니들 별세…11명→5명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이용수(가운데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을 상대로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11.13. radiohe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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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배상 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피해 할머니들은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일본정부를 향해 "재판에 나오라"고 외쳤다.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유석동)는 13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다. 일본 군인에 강제로 끌려가 전기고문 등을 당하고 1946년에야 돌아왔다. 일본이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외쳤다.

또 "죄는 일본에게 있다. 이제 나이가 90이 넘어가도록 아픈 몸을 이끌고 사죄하라고 외치고 있다"면서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본에게 죄가 있다. 저희는 너무 억울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 원고에 포함돼 있지는 않으나 위안부 피해자로서 함께 재판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는 "나라가 잘못해놓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 아베가 나와야 한다.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역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길원옥 할머니도 동석했지만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첫 변론에서 원고 측 변호인은 "이 소송은 일본국 위안부 생존자들이 제기한 소송 중 처음 한국 법정에서 진행되는 재판으로 할머니들이 연세가 있기에 아마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72년 전 침해된 피해자들의 존엄성과 자유권을 회복하기 위해 재판을 결정했다. 사법부의 공적 확인을 통해 국내·국제법 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소송제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소송은 송달 가능한 방법을 더이상 찾을 수 없어 마지막으로 공시송달 방식을 택했고 일본 당국도 재판 진행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지금이라도 소송에 참여해 적법성과 관련한 의견을 말하면 충분히 재판부는 답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 측을 향해 "주권면제 원칙이라는 큰 장벽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원고 할머니들을 향해서는 "나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재판을 마친 후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에서 어떻게든지 좀 잘됐으면 좋겠다. 지금 일본이 그 재판에 안나오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무슨 죄가 있냐"면서 "지금 나이가 92세지만,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 끝까지 일본에게 사죄배상을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21명은 지난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를 기록으로 남기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소송을 택했다.

민변 등에 따르면 이번 소송이 제기된 것은 지난 2016년 12월28일이지만, 피고인 일본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소송 서류를 반송하면서 3년 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소송이 헤이그송달협약 13조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한국 법원이 제기한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주권 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법원은 2년 이상 외교부를 통해 소장 송달과 반송을 반복한 끝에 지난 3월8일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번역본을 전달키로 했다. 공시송달은 송달할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취지만 상대에게 공고하는 방식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이번 소송이 각하돼야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살아있었던 피해자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다. 처음 소송이 제기될 때는 피해자 할머니 11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나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6분이 별세해 현재는 5분만 남아있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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