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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기획]전국에서 통장 구인난… 보다못한 구청 "대학생 등록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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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통장 5만8110명·이장 3만7088명 활동

일부지역에선 처우 낮고 업무강도 높아 기피

고등학생 등록금·국내외 선진지역 연수 혜택

대전시 서구 괴정동 17통은 1년째 ‘통장 자리’가 비어 있다. 전임 통장이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동사무소 직원들이 17통에 사는 817명(500세대)을 찾아가 각종 고지서를 전달하고 전입 여부도 직접 확인한다. 괴정동의 다른 통에서도 ‘통장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걸고서야 겨우 임명했을 정도로 통장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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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통장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남시는 통장모집이 어렵자 임기를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치볍규안을 입법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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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자치단체에서 ‘통장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부터 기본수당이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르고 고교 등록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이 마련됐지만, 구인난은 계속된다. 구인난은 농·어촌보다는 도심, 도심에서는 아파트단지보다 1인 가구가 밀집한 주택가·원룸 지역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통장은 5만8110명, 이장은 3만7088명이다.

경기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성남시 통·반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통장 구인난이 이어지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성남시는 1347개 통 가운데 통장이 공석인 곳이 136개 통(10.1%)에 달한다.

성남시의회 강상태·박광순 의원 등 시의원 18명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에는 통장에 대한 예산지원 항목에 공공시설 무상사용, 국내·외 선진지역 견학 및 체육대회 지원, 직무교육 워크숍 지원 등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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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회는 통장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조례를 추진 중이다. [사진 성남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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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부터 월수당 20만원→30만원 인상



현재 성남지역 통장에게는 기본수당을 비롯해 상여금(설·추석 각각 20만원), 회의참석 수당(월 2회·각 2만원) 등이 지급된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지원이 이뤄진다. 여기에다 고교생 자녀 장학금(분기별 41만6000원),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도 지원하고 있다.

성남시 행정구역은 3개 구·50개 동·1347개 통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통장이 공석인 곳은 136개 통이다.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오피스텔 밀집지역과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많은 임대아파트 단지, 주민교류가 많지 않은 고급 주택단지 등에 공석이 집중됐다.

성남시의회 강상태 의원은 “통·반장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구인난을 해결하려면 이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다면 상위법이 없는 상태인 데다 국회에 법이 계류 중이라 보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의회 발의와는 별도로 성남시는 통장 장기 공석을 막기 위해 ‘최대 7년’인 임기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현재는 임기를 마친 통장의 후임이 없는 경우 한 차례(1년)만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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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구시 동구 DTC(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 다목적홀에서 대구시 통장 역량강화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대구 8개 구·군 이·통장들은 특강을 듣고 교육을 받았다. [사진 대구 달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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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택·원룸촌 2~3차 모집 공고에도 지원자 없어



대구지역 8개 시·군도 이·통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통장 장기 공석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복지서비스 제공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대구 8개 시·군의 이·통장은 3268명이다. 이 가운데 83명이 공석이다. 구·군별로는 중구와 남구·북구가 각각 14명으로 가장 많고 수성구와 달서구가 각각 11명과 10명이다. 서구가 7명, 동구와 달성군은 각각 7명의 통장 자리가 비어 있다.

숫자로만 보면 공석 비율이 높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통장이 공석인 곳은 대부분 1년 이상 자리가 비어 있다. 여러 차례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거나 동사무소의 권유로 마지못해 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42개 통에서는 3차 모집을 통해서야 겨우 뽑았다.

이·통장 모집이 어려운 것은 업무에 비해 처우가 낮고 지역 특성에 따라 업무 강도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활동반경이 넓지 않은 아파트단지는 그나마 통장 모집이 수월하지만, 원룸·주택가 밀집지역은 통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주민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정부가 주민자치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지원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하지만 혜택이 늘어나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지방자치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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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충남 보령시 비체팰리스에서 열린 충남 이·통장 워크숍에서 양승조 충남도지사(앞줄 오른쪽 세째)가 이·통장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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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산 늘려 처우 개선하고 교육 통해 역량 키워야”



사정이 이렇자 대전 서구는 통장에게 지원하던 ‘고등학교 자녀 등록금’을 대학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확대하는 데다 통장 연령이 높아지면서 대학생 자녀를 둔 통장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서구는 서구의회·대전시 등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2021년부터 지원을 시작할 방침이다.

대전 서구 관계자는 “내년부터 수당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통장을 하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기공석인 통장을 구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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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대전 서구 통장협의회가 자매도시인 경님 함양군을 방문했다. 서구는 통장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고등학교 자녀 등록금 지원을 대학생 자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 대전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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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이·통장은 행정기관을 대신해 현장을 챙기는데도 처우와 인식이 낮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예산을 늘려 처우를 개선하고 자치단체는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성남·대구=신진호·최모란·백경서 기자 shin.j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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