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중국 '흑사병' 확진 공포···공기 중 전염되는데 열흘간 감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온 몸이 붓고 근육통을 동반하는 가래톳 흑사병(bubonic plague) 박테리아균 사진. [AFP=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흑사병 환자 발생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베이징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난데다 이들의 흑사병은 공기 중으로도 병원균을 옮길 수 있는 '폐렴형 흑사병'(pneumonic plague)으로 밝혀지면서다. 이들이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추가 전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흑사병 어떻게 확진됐나



중앙일보

13일 관찰자망은 베이징 차오양병원에서 흑사병 환자를 제일 처음 진료한 의사의 설명을 보도했다. [관찰자망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관찰자망(觀察者網)은 13일 베이징에서 처음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설명을 인용 보도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 전문의 이적봉(李積鳳)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당직을 하던 그는 응급실에 심한 폐렴환자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환자를 대면했다. 한 사람은 중년 남성으로 발열을 동반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 환자는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현지 의사의 권유로 베이징에 있는 병원까지 찾아왔다. 다른 한 명은 그의 부인이었다. 현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옆에서 남편을 돌봤는데 며칠이 지나자 자신도 발열과 호흡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감염된 것이다.

의사는 “호흡기 질환 전문가지만 어떤 병원체에 의한 폐렴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며 “다만 희귀 질환으로 의심돼 접촉물에 대해 주로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이들의 병세가 더 심해져 호흡기중환자실(RICU)로 옮겼고 중환자실에서 검사와 치료가 실시됐다고 밝혔다.이로부터 1주일 뒤 두 사람이 흑사병이라는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폐렴형 흑사병’...공기 중 전염도 가능



중앙일보

흑사병 원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박테리아(Yersinia pestis bacteria) [AP=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흑사병 환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건 베이징에서 첫 진료를 한 지 열흘 만인 지난 12일이었다.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환자의 병명은 ‘폐렴형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은 증상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된다.

가래톳 흑사병(bubonic plague)은 온 몸이 붓고 근육통을 동반한다. 벼룩에 물려 페스트균이 림프절로 옮겨 가 증상이 나타난다. 패혈증형 흑사병(septicemic plague)은 혈관이 응고돼 피부 괴사되고 쇼크를 동반한다. 폐렴형 흑사병이 가장 심각한데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제일 높다.

특히 전염 방식이 문제다. 흑사병은 주로 쥐 등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전염된다. 그러나 폐렴형 흑사병의 경우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하다.

중앙일보

흑사병 환자가 감염된 곳은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도 인구가 적은 시린궈러멍(錫林郭勒盟)의 수니터좌기(蘇尼特左旗)로 현급 자치구다. [구글지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흑사병 환자 2명이 거주했던 곳은 중국 네이멍구 시린궈러멍(錫林郭勒盟)의 수니터좌치(蘇尼特左旗)라는 곳으로 현(縣)급 자치구다. 넓이는 한국의 약 1/3(33469km²)이지만 인구는 2013년 기준 3만4500명에 불과하다. 몽골과 접해 있으며 목축업이 위주다.

중앙일보

지난 4월 말 몽골 서부 지역에서 2명이 폐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는 중국신문망 보도(왼쪽)와 감염원인으로 지목된 마멋(marmot)[중국신문망,위키피디아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5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몽골 서부 지역에서도 2명이 폐렴형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부부로, 남편이 사냥으로 잡은 마멋(marmotㆍ다람쥐과 설치류)을 요리하지 않은 채 부인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흑사병보다 무서운 건 정보 통제”



뉴욕타임즈(NYT)는 중국 정부 당국이 "온라인에서 페스트 관련 뉴스와 관련된 온라인 토론을 차단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흑사병 관련 불안한 여론의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微博)의 한 사용자는 SNS에 “가장 두려운 것은 흑사병이 아니다.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중국 정부는 이들이 네이멍구에서 베이징에 도착한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며 “환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스스로 여행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을 퍼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의 제한적 공개가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콩 빈과일보는 2명의 환자가 전날 베이징 수도의과대학 부속 디탄(地壇)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이 곳은 베이징 최초의 전염병 전문 병원이다. 상황이 그만큼 위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5 년 사이 세계적으로 흑사병 감염사례는 3248건이 보고됐으며 이중 5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질병 확산 위험이 매우 낮다”며 “시민들은 감염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일상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의 자연환경과 쥐에는 페스트(흑사병)균이 없어 사람들이 쥐 등 동물과 접촉해도 감염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 확진 환자는 공기중 전염 가능성이 있는 폐렴형 흑사병이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는 감염 원인과 전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네이멍구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