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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중 간 불붙는 ‘제3의 스타워즈’…우주패권은 누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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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우주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02년 폐지했던 우주사령부를 지난 2월 재창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독립된 우주군(Space Force)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의회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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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우주사령부 창설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존 레이먼드 초대 사령관(왼쪽) 등이 참석했다. 우주사령부는 2002년 통합전략사령부에 통합된 뒤 17년 만에 부활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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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강군몽(强軍夢)'도 우주를 향한다. 군민(軍民)이 합심해 내년 중 가동을 목표로 중국판 GPS(위성항법장치)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유인 국제우주정거장까지 띄울 계획이다. 게다가 미국의 우주 인프라를 파괴할 회심의 카드도 준비 중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냉전 시기 미·소가 경쟁하듯 우주공간을 탐하던 ‘제1의 우주시대’와 1991년 걸프전쟁을 기점으로 미국이 주도했던 ‘제2의 우주시대’를 지나 미·중 간 ‘제3의 우주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무라노 마사시(村野将) 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이 일본 시사월간지 웨지(Wedge) 11월호에 기고한 글을 정리했다. 무라노 연구원은 현재 같은 연구소의 '일본 석좌'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미·일 방위협력에 관한 정책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소련 감시하던 위성, 걸프전서 두각



‘제1의 우주시대’에는 우주에서의 군사적 이용이 핵전략과 밀접히 관련돼 있었다. 사실 오늘날의 우주 기술은 미·소 간 핵경쟁과 함께 발전한 것이다. 양국은 서로 핵·미사일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자산(인공위성)을 첨단화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우주 연구에 나섰다. 누가 먼저 핵공격을 시작해도 반격이 가능한 ‘상호확증파괴(MAD)’가 성립한 상황에서 우주감시는 양국 간 핵·미사일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 측면도 있다.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우주 분야 독주가 시작됐다. 이른바 ‘제2의 우주시대’를 알린 것은 1991년 걸프전쟁이다. 미군은 개전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순항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를 전장에 퍼부었다. 이라크군의 방공체계를 순식간에 파괴해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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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1991년 걸프전쟁(제1차 이라크전쟁)에서 군사위성을 활용한 전술 체계를 확립했다. 사진은 2003년 3월 22일 걸프 해역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포터함에서 이라크를 향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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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걸프전을 통해 우주공간에서의 일방적인 정보우위가 전투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당시 미군은 공격에 앞서 소련의 미사일 활동을 감시하던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을 이라크군 동향 파악에 적극 투입했다.

걸프전 이후 미군은 GPS를 활용한 GPS 유도폭탄(JDAM)과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조합해 악천후에도 24시간 군사공격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한마디로 우주를 통해 군사작전을 진화시킨 것이다.



中 위성파괴 미사일 개발…GPS도



미군의 우주자산 의존도 증가는 거꾸로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군처럼 육·해·공 전력이 우주에서 보내온 정보를 통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군의 경우 위성을 파괴하면 작전체계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점을 노린다. 미군의 군사작전을 방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성 공격용 무기(ASAT)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7년엔 ASAT 미사일로 고도 약 850㎞ 상공의 노후화된 자국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실험까지 했다.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주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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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주선 추적선 위안왕-3호 갑판에 설치된 레이더 시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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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사일 실험으로 생긴 10만여 개의 위성 파편들, 즉 우주 쓰레기(space debris) 문제도 논란이 됐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 인력에 이끌려 대기권에서 타버리지 않는 한 소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주를 떠도는 파편은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주 제압(制天権)이 정보 지배(制信息権)를 위해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가 중국판 GPS 체계 수립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에 위치 정보 및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1994년부터 추진된 '베이더우(北斗)' 프로젝트(중국판 GPS)는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내년 6월쯤 완성할 예정이다. 총 35기의 베이더우 위성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레이저로 위성 마비…‘재밍’ 실전화



중국은 비물리적인 영역에서도 미국의 우주패권을 위협한다. 중국은 지난 2006년 자국 영공을 통과하던 미 정찰위성을 향해 지상에서 레이저를 쐈다. 그런데 레이저 공격을 받은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 중 일부는 화질이 떨어졌고, 일시적인 감시기능 훼손도 일어났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등 은밀한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GPS 신호나 위성통신대역을 교란하는 재밍(Jamming) 능력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중국 연안에 출현한 미군 무인정찰기를 상대로 시험한 적도 있다. 남중국해 분쟁도서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에 건설한 인공섬(군사시설)에 차량 탑재형 재밍 장치를 지난해 4월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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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분쟁도서인 스프래틀리 군도의 미스치프 암초에 세운 군사시설. 중국은 지난해 4월 이곳에 재밍 장치를 배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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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주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의 비물리적 전력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공격을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가, 자칫 기기 고장으로 판단하기 쉽고, 공격자를 특정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가 발생해도 정책 판단이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주공간에선 평시든 유사시든 ‘그레이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의 우주 군사력 증강에 홀로 대응하기보다 동맹국의 힘을 빌릴 방침이다. 전통적인 우방인 영국은 물론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일본과 호주 등이 이런 미국의 우주구상에 적극 가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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