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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친절한 경제] '무늬만 사모펀드' DLS, 은행서 못 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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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입니다. 권 기자, 아직 완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인데, 얼마 전 거액의 원금 손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해외 금리 연계 파생상품, 이 DLS 펀드 사태에 대해서 정부가 몇 가지 재발 방지책부터 내놨죠?

<기자>

네. 친절한 경제에서도 그렇고, 여러 번 저희 SBS에서도 이 사태에 대해서 보도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말입니다.

DLS, DLS 펀드 그래서 간단하게만 먼저 설명을 약간 드리고 얘기를 더 하자면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어떤 조건을 걸고 당신이 돈을 맡긴 기간 동안에 그 조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미리 약속한 수익을 주겠다고 설정하는 상품이에요.

예를 들어서 지금 서울에 비가 많이 오고 있는데요, 오늘부터 3개월 동안 비가 5번보다 적게 오면 맡긴 돈에 대해서 이자를 5% 드릴게요. 그런데 비가 6번 오면 원금의 절반, 7번 오면 전부를 날릴 수 있다, 이런 상품.

사실 그 원리를 알면 보통 사람이 쉽게 투자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을 만한 상품이 아니죠, 그냥 들어도. 리스크가 큰 투자잖아요.

이번에 문제가 됐던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S 펀드들은 날씨가 아니라 해외의 금리들에 조건을 걸었는데요, 비유를 하자면 비가 6번, 7번 오는 것 같은 그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당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씩 맡겼던 원금을 크게 잃거나 몽땅 잃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큰돈을 맡겼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금융 전문가, 이 파생상품의 원리를 알고 든 고수들이 아니었고요, 금리가 약간 후한 예금 정도로 알고 돈을 넣은 분들이 많았다는 거죠.

수십 년 동안 가사도우미 해서 번 전재산 맡긴 분, 퇴직금 넣은 분, 치매노인 이런 분들이 원금 손실 안 날 거라는 은행의 장담을 믿고 맡겼다가 그야말로 천둥, 벼락을 맞았습니다.

<앵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들 소개를 해주시죠.

<기자>

완화하는 추세였던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부분적으로 다시 강화하기로 한 게 제일 눈에 띕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고수익,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는 게 순기능도 있지만 너무 큰 문제가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 거죠.

이번에 문제가 된 DLS 펀드들은 사모펀드였습니다. 사모펀드는 돈을 벌 방법을 정하고요, 그거에 대해서 소수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닫힌 펀드입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보통 펀드와는 조금 다릅니다. 전에는 금융 고수나 큰 손 투자자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투자였어요. 사모펀드란 말 자체가 아직도 낯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필요한 최소 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모펀드에 접근하기 쉬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최소 금액을 4년 만에 다시 3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투자하기는 지금보다 어려워지겠죠.

약간 논란의 여지도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만 돈 벌 기회가 더 많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DLS 사태로 봤을 때 사모펀드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여력이 어느 정도 있는 투자자들이 하는 게 맞다, 진입이 쉬우면 고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칫 너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처럼 은행 같이 사람들이 믿고 거래하는 대형 금융기관마저도 이걸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무책임하게 안내하는 상황이 또 생길 수도 있다고 봤고요.

<앵커>

제도의 틈새를 이용한 꼼수나 느슨한 관리감독 문제도 이번에 뜯어고친다고요?

<기자>

네. 사실 이번 DLS 펀드 사태의 상품들은요, 다 똑같은 구조의 상품을 1호, 2호, 3호 이렇게 쪼개서 조금씩만 투자하게 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소수만 투자하게 하는 식으로 '무늬만 사모펀드'로 만들었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사모펀드가 되면 공모펀드에는 지켜야 하는 규제들을 피할 수 있는 점을 노렸다는 거죠. 그랬기 때문에 이런 고위험 상품이 은행 판매로 나올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편법을 쓰지 못하게 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원금 손실이 20% 이상 날 수 있으면서 복잡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상품들을 앞으로 '고난도' 상품이라고 따로 분류합니다.

은행과 보험사는 고난도 중에서도 사모펀드와 신탁은 팔 수 없게 됩니다. 은행에서 가입하면 사람들이 예적금 비슷하게 생각하기 쉽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DLS 펀드 상품 같은 것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은행이 다른 고난도 상품은 팔 수 있는데요, 이런 걸 팔 때는 직원이 설명하고 위험을 이해했다고 투자자가 답하는 내용을 모두 녹취하고요. 이 상품을 가입할지 말지 고려하는 시간을 일정 기간 두는 숙려 제도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보호 장치를 좀 더 두는 고령 투자자의 나이 기준도 70세에서 65세로 낮췄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설명 안 하고 이런 위험한 상품을 판 게 적발된 경우엔 금융사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요, 과징금을 물리는 제도도 만듭니다.

<앵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은행에 갔을 때 직원들이 말하는 그 상품, 정작 그 직원들도 모를 수 있다는 걸 한번 느끼는 계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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