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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검찰 출석’한 조국은 왜 묵비권을 행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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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보장된 권리, 활용 드물어

검찰 입증하려는 부분 확인하고

구속 가능성 낮다는 판단도 작용

법정서 다툴 계획 전략으로 보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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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녀 입시·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검찰에 출석해 8시간 동안 줄곧 묵비권(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본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던 조 전 장관의 평소 행보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행동이다. 조 전 장관은 왜 진술을 거부했을까?

■발언 일관성 등 영향이라는 분석 나와

조 전 장관이 검찰 출석 후 진술을 거부한 이유를 두고 몇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인사청문회 등 과거 발언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다. 부장검사 출신 이태한 변호사는 “청문회 때 입장을 그대로 진술하면 검찰이 수집한 자료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검찰 자료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과거 주장과 일관성이 부족해질 경우,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질문 내용을 듣고 메모해, 이를 토대로 재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진술을 거부해도 검찰의 신병처리에 영향이 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진술거부권이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이 역공할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조 전 장관이 이런 가능성을 낮게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이미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돼 있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검찰의 증거수집도 상당히 이뤄진 상황이다. 검찰은 관례적으로 부부 2명을 동시에 구속하지는 않는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면서, 관련 의혹은 앞으로 법정에서 규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전날 낸 입장문에서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왔으니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검찰도 조 전 장관 관련 핵심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태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며 “(재판으로 간다면)검찰이 법정에서 핵심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보장된 권리 ‘묵비권’…. 활용은 드물어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권리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전공인 조 전 장관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다만 조 전 장관처럼 모든 사안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드물다. 검찰 출신 유현식 변호사는 “검사와 변호사 생활 20년 간 공안 사건을 제외하고 실무에서는 진술거부권 행사하는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있다. 한 전 총리는 2009년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일관되게 검찰의 물음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최근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기관은 수집한 증거와 다른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해당 피의자의 혐의를 판단하게 된다. 수사 받는 입장에서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쓰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대응 방법이 ‘묵비권 행사’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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