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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LCD 잡아먹고 OLED로… 삼성·LG 다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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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저가 물량 공세로 한국 LCD(액정표시장치) 업계를 세계 1위에서 밀어낸 중국 LCD 메이커 BOE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타도 한국'에는 성공했지만 LCD 가격 폭락이라는 부메랑에 자신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시장 치킨게임에서 빠르게 발을 빼기 시작했다. LCD 감산에 돌입하는 동시에 한국이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 시장마저 수년 내 중국에 추격 당하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가 공세에 자승자박

세계 LCD 패널 시장점유율 1위 BOE (24.1%)는 최근 "올 3분기 5억8837만위안(약 979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13분기 만에 적자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8.5% 늘어난 306억8282만위안(약 5조1000억원)이었지만 LCD 패널 단가가 폭락하면서 손해가 난 것이다. 작년 12월 평균 147달러였던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이 지난 10월 98달러로 떨어졌다. 55인치 LCD 패널이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BOE는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크게 떨어져 매출과 이익에 엄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BOE가 말한 '엄준한 도전'은 사실상 중국 업계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올 2분기 BOE를 포함한 중국 업체들이 쏟아낸 9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은 시장 전체 규모의 37.6%인 7033만8700장이나 됐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가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BOE 한 곳만 해도 올해 3분기까지 받은 정부 보조금이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한국 LCD 산업은 주저앉혔지만 자신도 그 후폭풍에 휘청거린 셈이다.

◇OLED도 치킨게임 벌어지나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감산에 들어갔다.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 시작했다. BOE는 올해 7월부터 LCD 생산량을 종전보다 5~10% 줄이고 있다. 대신 지난 9월 총 465억위안(약 7조7400억원)을 투입해 충칭에 6세대 OLED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중국의 비전옥스도 올 9월 말 광저우에 6세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지난 8월에는 티안마가 8조원 규모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신규 설비 투자를 발표했고, HKC는 9월 후난성 창사 지역에 8.6세대 대형 OLED 생산라인 착공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의 1차 타깃은 한국이 압도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이다. BOE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중소형 OLED 패널을 납품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업체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함께 중국 BOE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도 LCD 사업에 줬던 보조금의 일부를 빼서 OLED 사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중국에 LCD 주도권을 내준 후 OLED로 격차를 벌리려 했지만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LCD에서 한국 추격에 성공한 공격적 투자 전략을 중소형 OLED에도 적용해 3년 뒤에는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9인치 미만 중소형 OLED는 2년, 대형 OLED는 5년 내에 한국 디스플레이를 쫓아와 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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