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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모펀드 가짜 문서' 들고 나온 조국·법무부,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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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사모펀드 관계자에 보고서 급조 지시

청문회 준비팀, '미심쩍어도' 그냥 넘어가는 현실

공직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은 불법 아냐…문제 반복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노컷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투자대상기업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펀드'라고 적힌 펀드 운용보고서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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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본 펀드의 방침 상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알려드릴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서 하나를 공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가족이 사모펀드에 불법적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들고 나온 '펀드 운용 현황 보고서'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많은 기자들 앞에서 제시한 해당 문서는 검찰 수사 결과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주도 하에 '급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장관과 법무부 청문회준비단 모두 허위자료를 근거로 기자간담회에 이어 청문회까지 나선 셈이다.

◇ 조국이 들고 나온 '펀드 보고서', 장관 지명 후 처음 만들었다

16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정경심 교수(조국 부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7년 7월 조 전 장관 가족의 투자를 받은 후 한 번도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보낸 적이 없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한 후 사모펀드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같은 달 15일에서야 문제의 보고서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상훈 코링크PE 대표 등 직원들은 이 보고서의 작성 시점을 '2019년 6월'로 기재했다.

또한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대표와 수차례 통화하면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근거가 되도록 보고서 위조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8월 21일 법무부 청문회준비단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담당자는 이 대표에게 연락해 정관에 따른 투자보고 자료가 존재하는 지 여부를 묻고 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급조된 보고서는 그대로 법무부의 '공식 해명' 근거가 돼 배포됐고 조 전 장관이 직접 기자간담회와 국회 청문회에서 활용했다.

조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애초부터 가족끼리 구성한 펀드였는지 알지 못했다. 블라인드(펀드)냐 아니냐의 문제는 (앞서 제시한) 보고서와 금감원의 검사 기록이 있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보고서의 신빙성을 주장했다.

이어 "저희 가족도 본적이 없는 상태이니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고 위법이 확인되면 법 앞에 합당한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가짜 증거를 당당히 제시…앞으로 청문회 믿을 수 있나"

인사청문회를 넘기기 위해 사실상 입증자료를 조작한 정황이 나타난 상황에서 법조계와 공직사회에서는 "황당하지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017년 한 정부부처에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몸담았던 공무원은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기존에 일하던 공무원들이 후보자에게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일신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보자 주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신상의 문제와 관련한 입증 자료에 대해서는 준비팀이 일일이 진위를 검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당 공무원은 "앞으로 장관으로 모셔야 할 분이 '진짜가 맞다'고 하는데 밑에서 일일이 따져 묻는 것은 불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후보자가 제시한 근거 자료나 해명이 미심쩍어도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대표 등에게 지시해 사모펀드 운용보고서를 급조하는 등 증거를 위조한 과정에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떠나 다른 부처도 아닌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에서 '가짜 보고서'와 부실 해명이 등장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정이나 국회에서의 위증과 달리 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의 위증은 현행법상 처벌 받지 않다보니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듯하다"며 "청문회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정책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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