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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승민 탈당→제3지대→사퇴" 손학규의 두 번째 사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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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3일 “당내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제3지대를 열겠다. 그렇게 되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로선 두 번째 ‘사퇴 약속’이다. 그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했었다. 당 지지율이 10%에 한참 미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지만 손 대표는 여전히 대표다. 그의 두 번째 사퇴 약속을 두고 회의론과 긍정론이 공존하는 이유다.

중앙일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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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체제 구축한 손학규. 두 번째 약속도 어길 것" 회의론

손 대표는 첫 번째 사퇴 약속을 번복할 때 “저에게는 아직 당을 살려야 하는 사명이 남아있다”(9월 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고 했다. 그랬던 손 대표가 “제3지대에서 당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준비를 다 마치면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13일)이라 한들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게 회의론자들의 시각이다. 바른미래당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주변에서는 “당 자산이 100억원 이상이나 되는 데다 최고위원 전원을 당권파로 교체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손 대표가 굳이 물러날 유인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진심이다" 주장하는 당권파, 주장의 근거는…

하지만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는 손 대표의 이번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시각의 배경에는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자신을 물러나게 한 다음 당을 장악해 자유한국당과 통합시키려 하는 수순을 막기 위해 그간 자리를 지켜온 것”(김관영 최고위원)이란 믿음이 있다.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를 제외한 중도개혁 성향의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대표직을 유지해왔는데, 유 의원 등의 탈당이 현실화하면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유 의원은 “12월 10일 정기국회를 마무리하고 나면 결심을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기도 하다.

호남계를 비롯한 당권파 의원들 사이에서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 역시 사퇴 약속이 지켜질 거로 보는 배경이다. 손 대표가 임명한 문병호 전 최고위원이 “손학규 체제로는 희망이 없다”며 탈당했고, 주승용 최고위원 등 호남계 의원들도 지난 9월 이후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한 당권파 의원은 “손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도 제3지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 뒤 2선 후퇴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2선 후퇴의 조건 '제3지대'는 실현 가능한가

변수는 손 대표가 2선 후퇴의 조건으로 내건 이른바 ‘제3지대’의 실현 가능성이다. 손 대표는 일단 “우리 당 모든 의원과 인재영입에 나설 것이며, 새로운 정당의 버팀목이 될 원로들도 모실 생각”이라고 말한다.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그리는 제3지대는 ‘중도개혁 세력이 연합한 전국정당’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유력 인사들과대안신당 등 원내 세력을 포괄한 다음 신진인사를 영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가 반 총장과 김 전 대표 등을 만나서 역할을 해 달라고 설득을 하는 중이고, 그분들도 정치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의지가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안 전 대표와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여전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중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제3지대 전략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손 대표와 당권파의 주장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여러 ‘○○하면 ○○한다’라는 가정법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원하는 선거법이 통과돼야 하고, 그런 가운데 호남을 중심에 둔 제3지대가 가능성을 보여야 하며, 현실정치와 당권파와 각각 거리를 둔 반 전 총장과 안철수 전 대표가 함께해야 한다. 특히 변혁이 탈당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잠행 중인 안 전 대표가 손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3지대가 이 같은 이유로 지지부진할 경우 당권파도 '손학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손 대표에게 사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세력이 현재 변혁이라면, 장차 당권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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