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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사일 탑재 공격헬기 도입…귀신 잡는 해병대가 바뀐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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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마린온 상륙기동헬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적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를 항해하는 3만t급 강습상륙함. 적 해안 점령에 투입되는 해병대원들을 태운 마린온 상륙기동헬기가 비행갑판을 이륙해 목적지로 향한다. 기관포와 로켓탄, 미사일로 무장한 상륙공격헬기는 한발 앞서 해안에 도착, 적군의 벙커와 장갑차량 등을 파괴하며 기선을 제압한다.’

장병들의 극기력과 전투력 등에 집중하던 해병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는 미군에 의존하던 기동, 정찰, 화력 등의 장비를 도입하면서 독자적인 상륙작전을 진행할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전력 증강의 핵심은 헬기다. 빠른 속도로 해안에 접근해 적군을 타격하는 헬기는 상륙작전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36대를 전력화해 2개 상륙기동헬기 대대를 만들 계획이다. 24대가 도입될 상륙공격헬기는 사업 추진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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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주관으로 2017년 9월7일 진행된 서북도서방어훈련에서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적 침투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며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개발 또는 해외 도입 가능성

현재 상륙공격헬기 사업은 국방기술품질원 주도로 1월부터 이뤄진 선행연구가 지난 8월 마무리된 상태다. 소요검증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다음달까지 진행하게 된다. 군 당국은 이를 토대로 내년 초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한 뒤 사업타당성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 방식은 국내 개발과 해외 구매 중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내 기술로 상륙공격헬기를 개발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린온 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달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상륙공격헬기 모형을 선보였다.

마린온에 20㎜ 기관포와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한 상륙공격헬기는 마린온과 80% 이상의 호환성을 갖고 있어 운영유지가 쉽고 조종사나 정비사 양성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KAI는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발하면서 수송과 공격 기능을 함께 갖춘 ‘한국판 하인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마린온 개발과정에서 상륙함 수납을 위한 날개 접기, 바다의 염분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는 방염 처리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발 기간이 추가로 소요돼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사업 기간이 3년 정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해양화(Marinization)가 뛰어난 공격헬기를 해외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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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작전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해수와 염분이다. 동체와 장비를 손상시킬 수 있는 해수와 염분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면서 일정 기간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해양화다. 지상에서 쓰던 헬기에 해수 및 염분 보호 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항공기를 개발하는 단계서부터 해양화가 적용되어야 해상작전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미국 벨 AH-1Z 공격헬기는 엔진과 전자장비 등을 중심으로 방수 및 피막처리가 이뤄졌다. 보잉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비롯한 다른 공격헬기와 달리 개발 과정에서부터 해양화가 적용됐고, 정비도 복잡하지 않아 단시간 내 작전 재개가 가능하다.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16발과 각종 신형 센서를 탑재해 성능도 우수하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어 상호운용성과 후속군수지원도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이외에 록히드마틴-시코르스키 S-70 무장형 헬기와 터키 항공우주산업(TAI)의 T-129도 거론되나 도입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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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대원들이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해병대 전투력 대폭 강화…시행착오 가능성도

상륙공격헬기가 어떤 방식으로 도입되더라도 해병대의 전투력은 지금보다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병대는 ‘고립된 적 후방에서 독자적인 작전을 펴는’ 상륙군 역할 수행에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서북도서에 배치된 AH-1S 공격헬기는 육군에서 지원받은 전력이다. 무인정찰기는 대대급 수준으로 정찰능력이 부족하다. 헬기 전력은 이제야 기틀을 마련하는 단계다. 미 해군과 해병대의 지원이 없다면, 독자적인 상륙작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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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가 지난해 2월 태국서 열린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서 해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상륙공격헬기와 마린온 헬기가 전력화되는 2020년대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2021년 해병대 항공단이 창설되면 바다와 공중에서 적 해안을 공격하는 입체고속상륙작전이 가능해진다. 공격헬기와 기동헬기, 기존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대체하는 신형 장갑차, 상륙정(LCU)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전투주정에 탑승한 해병대원들이 적 해안에 상륙하면, 내륙으로 진격해 적 후방을 공격하게 된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미 해병대가 이라크 내륙 깊숙이 진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것처럼, 해병대도 고속종심기동작전을 실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노후한 M-48A3K와 K-1전차를 K-1E1, K-1A2전차로 대체한다. K-1E1과 K-1A2는 K-1, K-1A1 전차에 디지털 전장관리체계와 전후방 감시카메라를 추가하는 등 전투능력을 향상한 전차다. 해병대는 육군의 신형 차륜형장갑차도 도입해 기동성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산과 강이 많은 한반도 지형 특성을 고려해 장애물개척전차, 자주도하장비, 통로개척용 상륙돌격장갑차 등의 도입도 추진한다.

육군에서 추진중인 드론봇(드론+로봇) 전투체계도 운용될 전망이다. 해병대는 주변지역을 정찰하는 근거리 정찰드론, 각 부대의 통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신중계드론, 중대급 부대에서 화력지원을 담당할 자폭드론 등의 배치를 추진중이다. 중기소요로 전환된 근거리 정찰드론은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수년 안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무인경전투차량도 장기 소요에 반영됐다. 무인경전투차량은 전차부대나 공병부대의 선두에 배치돼 부대의 진격을 유도하거나 위험지역을 수색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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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천왕봉급 상륙함이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병대가 충실하게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된 이후 해병대는 수십년 동안 독자적인 항공부대를 갖추지 못했다. 2008년 항공대 조종사를 재탄생시키면서 항공부대 창설 준비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초기단계다.

헬기 운용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륙공격헬기가 추가되면 운용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벤치마킹을 할 존재가 필요하다. 미 해병대는 강습상륙함에서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함께 운용하는 경험이 가장 풍부한 군대다. 기갑부대와 항공전력이 결합해 내륙으로 진격하는 고속기동작전을 실행했던 유일한 군대이기도 하다. 미 해병대와의 대규모 연합훈련을 통해 관련 경험을 습득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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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들이 지난해 2월 태국서 열린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서 해안에 무반동포를 설치한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면서 미 해병대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시뮬레이션이나 미 본토 교육 파견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실제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하면서 노하우를 익히는 것만큼 효과가 좋은 것도 없다. 해병대는 코브라골드(태국), 림팩(미국), 탈리스만 세이버(호주), 카만닥(필리핀) 등 해외에서의 연합훈련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훈련들은 대대급/중대급 상륙훈련으로 사단급 입체고속상륙작전 수행능력을 갖춘다는 해병대 발전비전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해병대의 향후 전력 발전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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