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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선언한 사립대 총장들…실현 여부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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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19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박수치고 있다.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조치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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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 총장의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협의회(사총협)가 15일 ‘등록금 인상’을 결의한 데엔 11년여간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면서도 재정 지원엔 소극적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다. 대학 총장들은 정부 지원의 확대 없이 등록금 동결이 계속된다면 교육 질 저하 등을 피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총회 결의대로 내년에 실제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대학 총장들은 내다봤다. 대학들로서는 ‘당근’(재정지원사업)과 ‘채찍(감사‧규제)’을 모두 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예상이다.



사립대들 “재정난 심각한데 정부는 방관”



사총협 총회에 참석했던 A대 총장은 16일 기자에게 “책임은 대학에 넘기면서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당국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을 토로하는 총장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정책을 대학들이 감내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역대인 B대 총장도 “반값 등록금 정책, 강사법 도입, 입시 전형료 인하 등에서 보듯 교육부는 ‘추가 부담만큼 돕겠다’며 대학을 달랬다가, 나중엔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예산 규모를 줄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차례 건의 형식으로 재정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성의 있는 답을 얻지 못해 결국 총회 결의로 등록금 인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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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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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과 정부 지원 외엔 마땅한 수입이 없는 국내 사립대들은 내년부터 ‘삼중고’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2009년부터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신입생으로부터 걷던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줄여 2023년엔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지방대를 중심으로 학생 수 감소도 현실로 닥치고 있다. 지난 14일 치른 대입 수능 응시자는 역대 최저인 49만여명에 그쳤다.

총장들은 정부 지원이 늘지 않는 한 등록금 인상 외엔 뽀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립대의 평균 연간 등록금은 약 718만원으로 2008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16.5% 하락한 셈이다.

수입의 6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국내 사립대로선 학교 재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 정보공시에 따르면 학생이 2만명 수준이 서울 한 사립대의 경우 2017년 등록금 수입이 반값 등록금 정책이 본격 도입된 2011년에 비해 500억원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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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응시생 역대 최저.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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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위기는 교육수준 악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총장들은 설명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2016년 대학의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은 모두 10% 이상 감소했다. 수도권 소재 C대 총장은 “정부 예산은 주로 국가장학금과 각종 재정지원사업으로 편성되는 데 대학의 재정 위기 극복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은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고, 재정지원사업은 사업별로 연구비(BK21)‧교육비(대학혁신지원사업) 등 정해진 항목 외엔 쓸 수 없다는 설명이다. C대 총장은 “대학에 당장 필요한 인건비, 시설 투자 예산은커녕 AI 등 미래 산업에 대비해 신규 인력 채용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총장들 “교육부 무서워…실제 인상 대학은 적을 것”



대학들이 실제로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가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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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가장학금 확대와 학자금대출 무이자 도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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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등록금을 올렸던 대학은 거의 없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196곳) 중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5곳에 그쳤다. 174곳은 동결했고, 17곳은 인하했다.

정부가 등록금을 올린 대학을 재정지원사업의 선정, 국가장학금 지급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재학생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학 등록금은 교직원과 학생, 전문가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학생회 등을 설득 못 하면 분규로 번질 수 있다.

학생, 학부모의 반감이 큰 등록금 인상을 정부‧정치권이 수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문재인 정부는 학비 부담 경감의 목적으로 2023년을 목표로 입학금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부정적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본격화된 때는 2011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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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백범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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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에 갇혀”



등록금 동결 정책을 ‘보수‧진보가 합작한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C대 총장은 “진보 정부와 여당, 보수 야당 등 어느 누구도 뒤집을 것 같지 않다. 대학으로선 고립무원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B대 총장은 “당장 등록금을 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총장은 거의 없다”면서도 “(실제로 인상할 수 없더라도) 정치권, 국민이 대학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고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는 계기라도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결의는 교육부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던 사안이다. 학부모와 학생 부담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은 당분간 유지한다는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15일 사총연 총회엔 애초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참석하는 ‘교육부와의 대화’가 예정됐으나, 박 차관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의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10조8057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보다 7% 이상 증가했다”며 “예산 확충에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대학들에 설명하고 계속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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