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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전성시대: 황혼육아 말고 리스크에 올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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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 슬로터 FT 기고

'나이든 여자들이 세상을 바꾸려는 법'

뉴스1

낸시 펠로우 미 하원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의원회 위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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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63, 프랑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61, 독일), 낸시 펠로시 (79, 미국). 서방 강대국들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는 여성 리더십이다. 라가르드는 유럽중앙은행(ECB), 라이엔은 유럽위원회(EC), 펠로시는 미국 하원 의회를 이끌고 있다. 이 노년의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앤 마리 슬로터 미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나이든 여자들이 세상을 바꾸려는 법'(How older women are trying to change the world)이란 제목의 양성정치학 기고문을 통해 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실장을 역임한 슬로터는 기고문에서 '노년 여성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기존의 질서를 뒤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노년 여성인력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졌다. 2017년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65~69세 여성의 28%가 유급 인력이었고 70~74세 여성의 16%도 돈을 받는 직업에 종사했다. 이같은 비중은 1980년대에 비해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슬로터는 역사학자 수잔 매턴의 저서를 인용하며 의학적 '폐경기'(menopause)조차 잘 짜인 새로운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은 나이에도 자식을 낳아 번식한다면 여성은 더 오래 산다. 따라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노년의 여성들도 종족 번식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노년 여성들은 손자, 손녀들 양육에 도움을 주면서 이러한 의무를 충족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노년 여성들은 다른 형태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역사학자 매턴은 '생산성은 높지만 번식력이 없는'(high productivity and zero reproductivity) 노년 여성들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슬로터는 '나이듦(ageing)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나이가 먹을수록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인생 후반기에 개인적 변화를 겪는 노년 남성들은 스포츠카, 젊은 새 부인, 요트와 같은 것들에 도전한다.

반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들은 인생 후반기에 기존의 질서를 무너 뜨리는 식의 도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슬로터는 예상했다.

미디어 업계 여성 기업인 팻 미셸은 자신의 저서 '위험한 여성 되기'에서 "75세 인생쯤 되면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국가안보부터 금융시장 규제까지 사회 전반의 기준은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구축됐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특히 노년의 여성은 이러한 기존의 질서와 기득권에 도전해도 잃을 것이 없다고 슬로터는 말했다.

그러면서 슬로터는 "많은 노년 여성들이 인생 후반기를 퇴직 생활이나 폐경기 이후 간주곡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자녀 양육 이후 제3의 단계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사과수레를 엎어버릴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다. 이러한 세상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kirimi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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