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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생확대경]볼썽사나운 형·아우 간 지역화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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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구, 지역화폐 ‘대덕e로움’ 출시 성공적 안착

대전시, 내년7월 2500억규모 지역화폐 발행계획 밝혀

"경제 쏠림현상 가속" VS "단일 경제권" 정면 충돌양상

[대전=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내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돕기 위한 지역화폐 발행이 대세되다보니 이를 단순한 정책사업 정도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례가 등장하며 불필요한 시회적 갈등을 낳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대전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대덕구가 자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발행·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가 뒤늦게 광역단위의 지역화폐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올 7월 50억원 규모로 처음 발행된 대덕구의 `대덕e로움`은 선풍적 인기를 등에 업고 150억원까지 발행 목표액이 늘어났고 내년에는 3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대덕구의 성공에 딴지를 걸고 나선 곳은 다름 아닌 대전시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왔다”면서 내년에 25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허 시장의 구상이 나오면서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대덕구다. 현재 대전시가 구상 중인 지역화폐는 카드형과 모바일 등 2가지 형태로 인센티브 규모는 국비 4%에 시비 2% 등 기본 6% 할인에 자치구 재원을 더하는 6%+α이다. 대전시의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광역 단위의 단일 지역화폐가 발행되면 현재 대덕구에서만 유통 중인 지역화폐 대덕e로움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전의 인구와 경제가 중구·동구·대덕구 등 원도심에서 서구·유성구 등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역화된 단일 지역화폐가 발행되면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대덕구는 물론 대전시의회에서도 대전시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의회에서도 대전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정부가 경기부양 일환으로 지역화폐를 적극 권장했지만 대전시 모습을 볼 때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대덕구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의 지속적 사용 가능 여부와 대덕구 국비 지원 관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대전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질타했다.

광역 단위의 지역화폐 발행을 반대하는 측은 “대전 경제가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빠져나가는 쏠림현상을 보완해야 하며 이에 근거해 지역화폐를 디자인해야 한다”며 대전시도 경기도처럼 시가 지역화폐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고 시행은 각 지역별로 나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기류에서도 대전시는 “타 시·도에서 시행 중인 지역화폐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현재 발행 중인 대덕e로움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정작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원·신도심 경제 쏠림 현상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연구용역은 아직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다. 대전세종발전연구원이 대전시 의뢰로 현재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최종 결과는 이달 말에 가서야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화폐가 본래 도입 취지와 무관하게 단체장의 치적사업 정도로 활용돼선 안될 일이다. 지역 자영업자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 지원까지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장부터 지역화폐를 먼저 이해하고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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