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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부 마이너스 통장’ 재정증권 49조원…역대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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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 49조원 달해

파악 가능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

재정집행 위해 상반기 ‘단기자금’ 융통

내년 적자국채 26조원↑ 등 국고채 증가

“금리 영향 차단 위해 예측가능성 제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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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계속된 세수 호황이 저물고 올해 세수 결손이 기정사실이 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집행을 강화하면서 재정증권 발행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 액수는 49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재개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정부는 지난 2월 6조원을 시작으로 3월 10조원, 4월 7조원, 5월 6조원, 6월 10조원 등 매달 수조원어치 재정증권을 발행해 단기 자금을 융통했다.

재정증권은 세입과 세출의 일시적인 자금 ‘미스매칭’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한은을 통해 발행하는 단기(62일물, 28일물) 유가증권이다. 최대 두달여 안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달릴 때 활용하는 직장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인 셈이다.

올해 들어 재정증권 발행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당초 예상된 ‘상저하고’ 경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집행이 상반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목표치인 61.0%를 초과해 65.4%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세수진도율은 세입예산의 53.0%에 불과했다. 세입이 세출을 따라잡지 못해 단기적인 차입으로 재정집행을 감당했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재정증권 발행량 49조원 가운데 67%에 달하는 33조원이 상반기에 발행됐다. 7∼9월 발행액은 모두 상반기에 발행한 재정증권을 상환하는 데 쓰였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목표치인 세입예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세입 여건이 개선되기는 어려운 전망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 세입이 올해보다 감소(-0.9%)할 것으로 내다보고 세입예산안을 작성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부진한 기업실적이 내년 법인세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재정증권 발행량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채권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시중 금리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역대급 재정증권 발행과 더불어 내년에는 적자국채 발행량도 26조원 늘릴 계획이다. 세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총지출 증가율 9.3%에 달하는 확장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100조원 안팎이었던 국고채 발행액은 내년 1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채 발행이 늘면 자금시장의 수요가 올라 시중 금리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시중 통화량 증가를 위해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부가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국회에 제출한 지난 8월 말 이후 지난 15일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7%에서 1.51%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23%에서 1.60%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28%에서 1.79%로 오른 바 있다. 내년 국채 발행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이자율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채를 포함해 채권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서 이러한 구축 효과 비슷한 게 나타났다고 본다”며 “국채 발행과 상환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예측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축 효과는 국채 발행에 따라 시중 금리가 올라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국채 발행이 시중 금리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앞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4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해 “최근 금리 상승은 국고채 금리가 지난 8월16일 역사상 저점(10년물 1.172%)을 기록한 뒤 최근 글로벌 금리와 연동돼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내년에 순증하는 적자국채는 26조원 수준으로 이는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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