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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91>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매장 공간에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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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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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제품은 아직 평판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을 보다 높일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매장 구조에 있다. 매장 구조를 통한 매출 증대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례가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다. SPA는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으로 유니클로, H&M, 자라 등이 해당한다.

SPA 매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초저가 의류를 취급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 SPA 매장은 상당히 유사한 매장 구조를 갖고 있다. 먼저 저가 옷을 취급하는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런 매장 분위기와 초대형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SPA 매장의 평균 매장 크기가 2000평 수준이라고 한다. 저가 옷을 취급하다보니 많은 마진율을 남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초대형 크기의 고급스런 매장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이 자칫 손해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SPA 매장이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데 있다. 매장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입구 주변에 있는 옷만 슬쩍 보고 지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초대형 매장의 경우에는 안쪽에 어떤 옷이 있는지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장 안으로 유인하기 쉽다. 그리고 일단 매장 안으로 들어온 고객은 다양한 옷을 꺼내 보거나 직접 입어볼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SPA 매장의 옷은 명품 옷과 달리 특별히 마음먹고 매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심코 들어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류 시간을 늘려 다양한 옷을 구경하도록 유도해야 충동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SPA 매장이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자신이 취급하는 의류가 비록 저가라 하더라도 싸구려 옷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저가 옷을 취급하는 아웃렛 매장의 경우 옷을 접힌 채 팔거나 심지어 수북이 쌓아 놓고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 옷이 뒤엉켜 수북이 쌓여 있을 경우 오히려 초저가라는 인상을 더욱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쌓아 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SPA 매장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른 데 있다. 저가 옷이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거나 의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매장이 클 경우 옷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열할 수 있다. 옷에 따라 마네킹에 입혀 전시할 수도 있고, 옷걸이에 하나하나 가지런히 걸어서 전시할 수도 있고, 매대 위에 올려놓고 전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함으로써 싸구려 옷이라는 인상을 탈피할 수 있다.

초대형 매장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조명 때문이다. 옷을 더욱 예쁘게 보여 사고 싶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조명이다. 매장이 작을 경우에는 다양한 조명을 설치해 활용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매장이 클 경우에는 탑조명, 사이드조명 등 다양한 조명을 활용해 특정 옷을 더욱 주목하도록 유도하거나, 옷에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지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저가 옷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SPA 매장은 여타 의류매장과 달리 초대형 계산대를 배치하고 있다는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마치 대형 슈퍼마켓 계산대처럼 종업원 대여섯명 이상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SPA 매장에서는 고객 한 사람이 여러 벌의 옷을 동시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고객은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야 하거나 복잡한 경우 여러 벌을 구매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구매 개수를 줄이게 된다. 이 때문에 SPA 매장은 여러 벌의 옷을 구매한 고객이 몰려와도 순식간에 계산을 마무리할 수 있는 초대형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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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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