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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항암치료에 동물 구충제? 먹지마라" 전문가 권고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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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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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제약ㆍ의료업계에서 수익이 줄어들까봐 먹지말라고 하는 거 아니냐" "암환자에겐 선택지가 없다, 왜 마지막 희망까지 없애나"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으면서 본인의 암을 치료하는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 안핑거가 숨진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보건당국이나 의료계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동물용 구충제를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데 대해, 그의 영상을 찾아보던 이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친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일 테다. 제품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사람이 먹는 기생충약 알벤다졸을 찾는 이가 늘어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이나 의료계가 말리는 건 안전성이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온라인ㆍSNS 등을 중심으로 복용사례를 공유하고 거래가 횡행할 조짐을 보이자 "장기손상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과 비슷한 원리의)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으므로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ㆍ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약물간 영향을 줘 체내에서 농도를 높이거나 반대로 낮추는 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벤다졸의 경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가 없는데다 동물실험에서는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키는 보고도 있기에 잘못된 정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물용 구충제로 암을 완치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사례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해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면서 스스로 펜벤다졸과 기타 보충제를 먹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펜벤다졸이 치료 효과를 낸 것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알벤다졸 같은 구충제라고 하더라도 급성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약 10년 전부터 소수의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에서 펜벤다졸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으나 반대로 효과가 없었던 연구도 있었다"면서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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