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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우디, 아람코 상장 진행 상황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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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관리들이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상장(IPO) 전개 상황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람코 기업가치를 당초 2조달러 수준에서 1조8000억달러(약 2903조원)대로 낮췄지만 기대와 달리 외국 투자자들의 입질이 시원치 않자 상장주간사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 주간사들은 사우디 국내 투자수요와 외국인들의 투자수요 간에 거대한 간극이 있다는 것을 사우디 관리들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때문에 투자로드쇼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이 논의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가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 기업가치를 둘러싸고 사우디 국내와 국외의 판단은 온도차가 꽤 난다.

일부 강요된 수요를 포함해 사우디 국내에서는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아람코 기업가치 1조8000억달러 이상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최근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상장주간사들에 제아람코의 기업가치 수준은 1조2000억~1조5000억달러가 더 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4년 전 아람코 상장 계획을 내놓은 뒤 계속해서 상장이 늦춰진 주된 요인인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사우디는 아람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는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 투자로드쇼에 나서기도 했다. 국부펀드를 끌어들여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중국과 러시아 국부펀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기업가치를 둘러싼 간극이 조금은 좁혀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아람코 상장 과정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기대치가 계속해서 떨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당초 2조달러 기업가치를 내걸고 전체 지분의 1~3%를 내다 팔아 200억~600억달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장이 판단하는 기업가치가 적게는 2조달러의 절반에 그치는 등 간극이 커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 당국의 불투명한 정보공개와 불확실성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

사우디가 이달초 마침내 아람코 상장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분을 얼마나 공개할지, 공모가는 어떻게 정했는지, 또 기타 핵심적인 제반사항들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기에 더해 상장을 하고 난 뒤에도 지분 거의 대부분을 깔고 앉아있게 될 사우디 왕실이 아람코 경영에 얼마나 간섭을 하게 될지, 또 사우디 정부가 간섭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9월 아부카이크를 비롯해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로는 사우디가 석유시설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아람코 상장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혀줄 어떤 확실한 답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걸프지역의 영향력 있는 한 투자자는 "사우디는 결코 1조8000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사우디는 일부를 투자자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그게 성공을 담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아람코 기업가치를 무함마드 왕세자가 하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진 1조800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1조3000억달러로 평가했다.

한 상장주간사 관계자는 "2~3주전만 해도 1조5000억달러 이상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사우디는 다음달 5일 공모가 최종가격을 발표하고 그 다음주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아람코 주식을 상장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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