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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특파원 24시]유기견 4000만마리 떠도는 中 ‘2주 보호 후 안락사 방침’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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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중국의 유기견. 개지식백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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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 아파트단지에서는 유독 개가 많이 눈에 띈다. 반려견이라지만 몸집이 어린아이보다 커서 어떻게 집안에서 기를 수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목줄을 채우고 주인이 개를 등록하지 않으면 최대 5,000위안(약 83만원)의 벌금을 내는 등 관리가 철저한 편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반려동물에 대한 호감이 늘면서 중국의 애완견 시장 규모는 34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중국은 ‘유기견 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6억 마리 애완견 가운데 유기견은 2억 마리에 달한다. 집에서 기르다 셋 중 하나는 버려지는 것이다. 이중 중국에는 20%인 4,000만 마리의 유기견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광견병 확산을 막기 위해 극약 처방으로 ‘개 도살령’을 내렸던 중국은 지난해 가짜 광견병 백신 파동으로 홍역을 치르는 등 유독 유기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시는 지난달 ‘2주가 지나도 입양되지 않는 유기견은 안락사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관리 규범을 새로 실시할 것이라며 의견을 공모했다. 떠돌이 개들을 관리하는데 마냥 혈세를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15일 가량 지나면 유기견 안락사를 허용하는 만큼, 보호 기간이 딱히 길거나 짧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그간 중국에서 유기견에 대한 여론은 오락가락하며 널뛰기를 해 왔다. 유기견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안락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반대로 안락사를 제도화하려고 나서면 동물 보호 차원에서 저지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어떤 곳은 1주일 만에 다른 곳은 2달 만에 안락사를 시행하면서 제각각 처리해 왔다. 또 중국인들은 푸들,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유명 품종을 선호하다 보니 유기견 입양은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저장(浙江)성에서는 한 여성이 차에 실은 12마리의 잡종 견을 길바닥에 내버리고 달아나 네티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상당수 시민들은 선전시의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광견병 발병률이 높은 상황에서 입양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사회적 자원 낭비와 가족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기견 안락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락사를 허용할 ‘2주’라는 기간이 생소한 탓인지 “왜 2주밖에 보호하지 않느냐”, “어떻게 칼로 무를 자르듯 기간을 딱 잘라 2주로 정할 수 있느냐”는 반대 여론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시는 한발 물러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외국의 사례와 선진 관리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동물보호단체 대표들의 주장도 가감 없이 듣겠다고 밝혔다. 공청회와 청문회도 거칠 예정이다. 중국이 이번에는 길고 긴 유기견 문제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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