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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판매 안해요” 물건 안파는 극단적 매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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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뷰티라운지 ‘아모레성수’. 아모레퍼시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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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여기선 제품을 팔진 않습니다.”

15일 서울 성동구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라운지 ‘아모레성수’에서 테스팅을 끝낸 립스틱을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거절하는 답이 돌아왔다. 여느 매장과 달리 이곳에선 제품을 ‘써’ 볼 수 있지만 ‘사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문객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진 않는다. 화장품 2300여 개가 진열돼 있는 ‘ㄷ’ 모양의 건물을 돌아 나오면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성수 마켓’이 나온다. 이날 아모레성수를 방문한 대학생 이지윤 씨(21)는 “원하는 제품을 마음대로 써보고 샘플까지 얻어서 기분이 좋다”며 “소품이나 자리 배치와 같은 작은 부분에서도 고객이 마음 놓고 테스트해 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아예 ‘물건을 팔지 않는 매장’까지 등장했다. 판매보다 색다른 경험을 강조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체험형 매장의 극단적 버전인 셈이다.

지난달 문을 연 아모레성수는 물건 안 파는 매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선 마시는 생수 제품인 ‘성수’ 등 시그니처 상품 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곳곳에 아모레퍼시픽의 30여 개 브랜드 제품과 세면대, 의자, 거울 등을 배치해 메이크업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2030세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이 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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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 AHC의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퓨처살롱’. AH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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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 AHC 역시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기존 매장을 체험형 플래그십스토어 ‘퓨처살롱’으로 리뉴얼했다. 제품 진열과 계산대 등 판매를 위한 부분은 전체 공간의 30%에 불과하다. 그 대신 매장 대부분을 미디어월(뷰티 관련 영상이 상영되는 벽)이나 피부 테스트존 등으로 꾸몄다. 가장 큰 목표는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믿음을 주는 것이다. AHC 측은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 의지를 나타내는 공간에서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갖게 된 고객들이 미래의 소비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이러한 변화 분위기는 다른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사무용 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데스커 시그니처 스토어’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웹서핑, 게임, 독서를 즐기거나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가구 판매를 위한 쇼룸은 지상 1~3층이 아닌 지하 1층에 작게 마련돼 있을 뿐이다. 데스커의 마케팅 담당자는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보다 15배나 많지만, 게임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돼 다음 달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새로운 콘셉트의 2호점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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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영국 런던에 문을 연 삼성전자의 ‘삼성 킹스크로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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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2016년 2월 뉴욕 맨해튼 첼시 인근에 판매보다 체험을 강조한 디지털 놀이터 ‘삼성837’을 연 데 이어, 올해 9월엔 유사한 콘셉트의 ‘삼성 킹스크로스’를 영국 런던에 열었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플래그십스토어를 서울 마포구에서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에 적응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된 데서 비롯됐다고 평가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상품 유통의 통로였던 오프라인 매장이 이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이럴 마케팅의 한 축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체험형 매장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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