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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86세대 핵심 임종석의 자발적 퇴장, 민주 주류 교체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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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최측근’ 임종석 전 실장 불출마



2030세대에 기득권으로 비치는 현실

주류 형성 ‘86 정치인 진로’ 수면 위로

수도권 의원 “직간접적 압박 받을 것”

당내 ‘중진 용퇴론’으로 파장 불보듯

당장 수도권 3선의원 불출마 소식도

이인영 “일단 패트 처리에 전념” 말아껴

한 의원 “의도치 않는 데에서 나비효과”


한겨레

“모든 일이라는 게 의도치 않은 데에서부터 ‘나비효과’가 생긴다.”

17일 갑작스레 들려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21대 총선 불출마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내놓은 의미심장한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86세대를 넘어 중진 용퇴론까지 번져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임 전 실장도 본인이 가져올 이런 파급효과를 예상했을 터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주당의 수도권 3선인 ㄱ 의원이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뉴스도 나왔다.

임 전 실장의 선언은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86세대 정치인의 진로’라는, 여권에서는 매우 예민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86세대는 1990년 중반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에 따라 정치권에 진입했고,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만 44명이 여의도에 입성할 만큼 세력을 형성했다. 그중 임 전 실장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자 86세대 정치인의 핵심축이었다. 임 전 실장의 내려놓기를 계기로 민주당 주류를 형성한 86세대 정치인들도 자신들이 2030세대에게 기득권으로 비치는 현실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86세대들이 여전히 정치를 주도하고 배려받아야 하는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로 이들은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86세대의 또 다른 핵심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진퇴 문제와 결부 지어서 (얘기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며 “여러가지 고민이 있고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한 구상도 있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제 앞에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다른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을 아꼈다.

‘용퇴’하지 않는 중진들을 향한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임 전 실장과 종로 지역구를 두고 다퉜던 국회의장 출신 정세균 의원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국회의장까지 하고도 그 자리를 더 하겠다고 버티는 게 후배 입장에서는 민망하다. 자유한국당에서는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여당은 뭐 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참에 정치 풍토가 잡혔으면 좋겠다. 정말 양보해서 4선까지 한 사람은 5선에 도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진들을 향한 압박은 종로의 정 의원에 그치지 않고 당내 수도권 다선들을 향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당 안팎에서는 추가로 불출마를 선언하는 초선들이 중진 용퇴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몇몇 의원은 이해찬 당대표를 따로 만나 중진 용퇴론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현재 당내에서 최소 25명의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중진 의원이 용퇴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왜 하필 중진이냐고 하면, 기득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물갈이라는 건 결국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중진 의원을 교체하는 게 의미가 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선수가 쌓일수록 기성 정치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가 물러나 변화를 일으키겠다. 기성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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