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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연말 시한’ 앞두고 대화 판 안 깨려는 북·미 공감대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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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왜?

북한이 스톡홀름 1차 실무협상서 ‘선결조건’으로 제시

미 국방 “외교 노력 지지 위한 조치” 정치적 결정 인정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에 돌파구 마련될지 주목



경향신문

한·미·일 국방장관 손은 잡았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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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17일 만난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이달 실시할 예정이던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전격 발표함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대화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의 후속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북한이 스톡홀름 1차 실무협상에서 대화의 선결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3일 북한 국무위원회의 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이어 15일 에스퍼 장관의 훈련 규모 조정 가능성 언급, 그리고 김영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긍정 평가 등의 과정을 거친 뒤에 나온 것이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판을 깨지 않겠다는 북·미 양측의 공감대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훈련 연기조치가 ‘한반도 내에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임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고 도와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해 군사·안보적 판단이 아니라 북·미 대화를 위한 정치적 결정임을 인정했다.

앞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15일 담화에서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 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대사는 또 종전선언·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대해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표현했다. 이 담화는 미국이 최근 스웨덴을 통해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을 전하며 2차 실무협상을 제안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스웨덴을 통해 전달한 구상에는 연락사무소나 종전선언과 같은 북한의 성에 차지 않는 요소들만 들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시간 뒤에 나온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는 에스퍼 장관의 한·미 훈련 조정 관련 발언을 ‘현명한 용단’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군사훈련 중단이야말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며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리면 실무협상을 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의사 표시인 셈이다.

북·미 대화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훈련 연기 결정은 실무협상 재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말 시한을 앞두고 파국을 피하면서 서로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실무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북·미 3차 정상회담이 열릴 정도의 합의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영철 위원장이 담화에서 밝혔듯이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미 군사훈련의 완전 중단’이다. 한·미가 이달 열릴 예정이던 연합공중훈련만을 일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완전 철폐’라는 표현 속에는 군사훈련 중단 외에 다른 요소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14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조미 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전에 핵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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