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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국당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백지에서 새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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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한 3선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

“생명력 잃은 좀비 같은 정당, 대의 위해서 모두 물러나야…

유승민이 친박에 쫓겨날 때 비겁했다, 후회한다…반성”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3선인 김세연 의원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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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47)은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생명력 잃은 좀비’ ‘버림받은 정당’ 등으로 비판하면서,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전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4500자 분량의 불출마 선언문에 3선 소장파 의원으로서 겪은 보수집권 9년과 탄핵·분당 등 영욕의 시간에 대한 참회와 제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며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며 “감수성이 없고 공감능력이 없으니 소통능력도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섭리를 거스르며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 대선 패배까지 보수 세력이 ‘혹한의 계절’을 보냈지만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총선을 맞게 된 상황을 보수의 맏형 한국당 책임론으로 직격한 것이다. 해체 후 재창당이라는 극약 처방을 주문했다.

지도부에도 거취 표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며 당을 이끌고 있는 점에 정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만 한다. 미련 두지 말고,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이 민폐정당·좀비정당으로 전락한 원인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시절의 경제민주화 정책 폐기 등 ‘개혁보수’ 노선 이탈에서 찾았다. 2015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현 바른미래당 의원)가 증세와 복지 확대를 주장하며 박근혜 청와대에 반기를 들자 당내 친박근혜계가 그를 몰아낸 사건을 두고 “후회한다. 비겁했다. 그때 과감하게 맞서지 못했다”며 “청와대 지시를 받고 떼지어 발언대로 몰려나오는 그 행렬을 용기 있게 막아서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는 향후 당내 중진 용퇴론은 물론 개혁적 보수노선의 가치 논쟁으로 점화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권력 지향적인 정치 문화 전반에도 회의감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화석화된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 좌절, 혐오, 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시달렸다”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만 바뀐 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들이 무한반복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 <반지의 제왕>이 그려낸 ‘절대반지의 비유’는 너무나 통렬하다. 절대반지는 온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졌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반지를 끼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된다”며 “공적 책무감으로 정신무장을 해야 그것을 담당할 자격이 주어짐에도, 현실 정치권력을 맡은 사람이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공동체의 불행이 시작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부산 금정에서 18~20대 총선에 당선된 3선 의원이다.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시절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21’, 새누리당 시절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 참여하는 등 소장파로 분류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하며 사무총장·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 복당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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