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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민주당 ‘86그룹·다선’ 용퇴, 세대교체 본격화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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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그룹 대표주자’ 임종석 은퇴 선언

문 정부 첫 비서실장 상징성…세대교체 고리 역할 관측

이인영, 중진 용퇴론에 “진퇴 문제로 결부 원하지 않아”

경향신문

“제도권 정치 떠나겠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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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주자 격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53)이 17일 전격 ‘정계 은퇴’를 시사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86그룹·다선 의원 용퇴, 세대교체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임 전 실장의 결단은 겉으로 보기엔 개인적 소회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의 여권 내 상징성이 적지 않은 만큼 더불어민주당 총선 구도는 물론 인적쇄신 향배와 여권 핵심인사들의 역할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3선인 백재현 의원(68)도 불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1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다. 무엇보다 여권 중추그룹인 86그룹의 대표로 꼽혀 왔다. ‘정치판에서 떠나겠다’는 그의 선언이 앞서 불출마를 밝힌 이철희·표창원 의원 경우와 달리 세력·세대교체 고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끈 학생운동 세력인 86그룹들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젊은피’로 대거 발탁돼 정치권에 입성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개혁세력 지분을 확보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정치적 전환기마다 세대교체 요구에 직면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오는 중진 용퇴론도 86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는 “진퇴 문제로 결부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3선·중진 (용퇴) 문제로만 혁신의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지, 더 큰 가치와 새로운 정치 질서를 위해 지혜를 모을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이런 결심까지 한 줄 전혀 몰랐다.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다만 86그룹의 선배들인 긴급조치 세대 등은 보다 직접적인 용퇴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 결단이 나온 뒤 당내에서는 다양한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86그룹을 비롯한 중진·다선 의원들이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다양한 세대가 정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수도권 중진 의원들 일부가 조만간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의 이날 선언은 여권 내 역학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 출신이 정권 반환기를 돈 시점에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거의 드문 일이다. 역대 정권 개국공신이나 첫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청와대를 나오더라도 당으로 복귀하거나, 선거에 출마하거나, 입각하는 경로 등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임 전 실장 경우도 올 초 청와대를 나온 뒤 충전의 시간을 갖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은퇴’라는 폭탄 선언을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 전 실장 결단은 향후 여권 내 인적자원들의 역할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내부 핵심인사들의 배치도가 바뀐다는 분석이다.

실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총선과 개각 국면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정국에서 임 전 실장 등 1기 청와대 출신들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사그라들지 않는 ‘임종석-양정철 갈등설’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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