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청년 없는 청년정치]‘슈스케’식 보여주기 영입 뒤 ‘청년 이슈’ 틀에 가둬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① ‘이벤트’가 된 청년 공천

여야, 청년 목소리 반영은 뒷전…기성정치권 ‘들러리’로 소비

청년정책 해결할 생각 없이 “뽑아놨더니 다른 일 한다” 핀잔

총선 때만이 아니라 평소 정당 운영에서부터 청년 육성해야

경향신문

2012년 2월5일 서울 서교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청년비례대표 후보 매니페스토 선언’ 행사에서 한명숙 당시 대표와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야가 ‘청년정치’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것은 2012년 총선 때부터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이 화두로 떠올랐던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앞다퉈 ‘청년 영입’ 경쟁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의 ‘들러리’로 사실상 ‘소비됐다’는 것이 청년정치인들의 냉정한 평가다. 이들은 여야 모두 ‘청년은 청년정치·정책을 전담해야 한다’며 ‘당사자 정치’라는 틀에 청년정치를 가뒀다고 비판했다.

■ 끊이지 않는 ‘청년 공천’ 폐해

여야는 선거 때만 되면 청년을 무대로 불러올렸다. 20~30대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청년정치의 실상은 ‘정치이벤트’였을 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공모했다. 2012년과 2016년 각각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모방한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해 청년 공천을 한 것이다. 그러나 첫 시도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비례대표 안정권에 청년 몫 4명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지원자 389명 중 청년 비례대표는 김광진·장하나 의원 단 2명만 선출했다. ‘보여주기용’에 그쳤다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흘간 청년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진행한 선출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돈’과 ‘백그라운드’가 작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오디션에 참가했던 김모씨는 17일 통화에서 “한 후보를 두고 중진 의원이 민다, 그 의원의 조직이 몰표를 줬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치러졌던 두 번째 공모에선 폐해가 더 심했다. 한 후보자는 당직자로부터 ‘자기소개서 사전 코치’를 받은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보좌진 전력 등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비서로 일한 경력 등이 문제가 된 후보자도 있었다. 4년 전엔 없던 ‘신청비용 100만원’ 조건도 붙었다.

경선과정도 ‘5분 면접’에 그쳐 참가자들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응답서비스(ARS) 여론조사도 ‘깜깜이’ 논란을 일으키며 한 차례 중단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잡음이 심하자 당내에선 “다음부터는 청년 비례를 하지 말자”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영입 단계부터 청년 후보들을 세력화해 세대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당은 그나마 오디션 공천의 폐해가 드러날 틈도 없었다. ‘청년정치인’ 등용을 제도화하려는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공천 심사에서 청년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청년 비례대표를 따로 배정하는 전통적인 방식만 도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수에 불과했다.

19대 총선에선 청년 비례대표로 김상민·이재영 후보가 국회에 입성했다. 20대 총선에선 신보라 후보 1명만 배지를 달았다. 이준석·손수조 등 ‘박근혜 키즈’를 앞세우기도 했지만 그들의 도전은 좌절됐다.

최근엔 황교안 대표가 ‘청년 인재’ 1호로 영입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를 두고, 신보라 의원과의 인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야는 ‘청년 공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현재로선 ‘비례대표 오디션’ 정도가 거론될 뿐이다. 한 30대 당직자는 “청년 발굴을 이벤트로만 본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1회용 정치’로 전락한 청년정치

“청년정치인을 애써 뽑아놨더니 청년세대를 위한 일은 안 하고 다른 일만 한다.”

청년정치인들이 여의도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청년 정책은 청년정치인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당사자들에게만 떠맡기는 식으로 청년정치를 옭아맨 현실을 드러낸다.

미래당 김소희 공동대표는 “총선 때만 되면 청년정치가 부각되는 현실은 청년정치가 ‘정치권에 없는 목소리’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청년기본법 등 국회에 산적한 청년 정책들을 함께 해결하기보다는 청년정치인들에게만 ‘외주화’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김 대표는 나아가 “청년정치란 단어가 없어져야 한다. 평소 정당 운영과정부터 청년을 육성하는 등 전체 정치가 함께 청년정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 대표는 “기존 여야 정당들은 청년을 얼굴마담으로 소비해왔을 뿐, 실권이나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시리즈 목차

① ‘이벤트’가 된 청년 공천

② 청년정치인이 본 국회

③ 알맹이 없는 청년 정책

④ 청년정치 시작은 연대부터


박홍두·허남설 기자 phd@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