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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은퇴 후 창업' 옛말…커피숍 여는 20대, 닭 튀기는 30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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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외식시장]①취업난에 외식 창업시장 몰리는 2030

20대 일자리 줄고, 3040 직장 불안…음식점 창업 급증

프랜차이즈·배달 앱, 젊은 부부 창업자 위한 시설 마련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직장 생활의 끝은 닭 튀기기? 이젠 아니다. 40대 후반, 50대 은퇴자들이 주류를 이루던 치킨집과 같은 외식 창업 시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아직은 직장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초반도 외식업에 도전하고 있다. 치킨집이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된 것이다.

이들은 기존 은퇴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으로 마케팅하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기존 프랜차이즈 창업의 한계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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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아카데미 교육장에 모인 예비 창업자 및 외식업 종사자들.(우아한형제들 제공)


◇치킨집 창업, 50대 이상 줄고 40대 늘어

변화의 바람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창업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과거 주류였던 50대 은퇴 세대보다 요즘은 40대가 더 많다. 20~30대 비중도 적지 않다.

이렇듯 젊은 사장님이 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엔비는 지난달 22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가맹점 교육과 연구·개발(R&D) 등을 하는 ‘정구관’을 건립했다. 연면적 3719㎡(약 1125평)에 4층 규모인 정구관에는 전에 없던 시설 하나가 생겼다. 키즈존이다.

30대 가맹점주와 창업 희망자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교촌 관계자는 “신규 가맹점주 중에서 20~30대 점주 수가 최근 3년 사이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정구관 옆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콘도급 시설 ‘교촌빌’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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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기준 배민아카데미 수강생 연령 비율 및 비비큐 신규 창업자 연령 비중(단위 %). (그래프=김정훈 기자)


비비큐(BBQ)도 마찬가지다. 신규가맹점주 중에 가장 많았던 50대 비중이 줄고 30~40대가 늘고 있다. 비비큐 관계자는 “은퇴세대보다 바로 전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신규 가맹점주 중 50대 비중은 38%로 가장 많았다. 이 숫자는 지난해 36%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2%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29%에서 32%, 올해는 35%로 늘었다.

억(億) 단위 창업비용이 드는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는 30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외식 창업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에 따르면 20~30대 수강생 비중은 57%(2019년 1월 기준)다. 이중 30대가 37%, 20대가 20%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은퇴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외식 창업 시장에 젊은 세대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기 매장을 갖는 것을 커리어의 시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배달전용매장…진입장벽 낮아져

외식업계에서는 창업 연령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꼽는다. 취업문이 막힌 20대, 질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30대가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경력이 없는 20대와 은퇴 직전의 세대가 창업시장으로 몰린다”면서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연령대”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 법인이 창출한 임금 일자리는 10만3000개로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했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는 20~30대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집계 지난 8월 기준 20~29세 1년 내 취·창업 의사가 있는 인원수는 10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86만5000명) 대비 25.3% 증가했다. 30~39세 취·창업 의사가 있는 사람 수도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48만1000명) 대비 12.9%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나 홀로 창업에 나서는 20~30대가 늘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1인 창업자 수는 59만366명(20~30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2월(54만4012명)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이런 창업 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대던 2009년에도 젊은 층의 창업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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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1인 자영업자 증가율과 전체 1인 자영업자 증가율 비교.(자료=통계청)


창업이 예전보다 쉬워진 점도 젊은 세대를 자극하고 있다.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정부지원금이 예전보다 늘었고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다.

외식업은 공유주방, 배달전용매장 등의 증가로 창업 자금 규모가 줄었다. 한 예로 프랜차이즈 창업의 경우 최소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공유주방은 1000만원 미만의 자금만 갖고도 시작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외식업 창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카페나 디저트류처럼 비교적 요리하기 쉬운 업종으로 창업자가 몰린다는 사실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노동 강도가 약한 쪽으로 젊은 층이 몰리는 상황은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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