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경두 국방장관과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1월 예정됐던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한 것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조치이다. 북한이 연합공중훈련에 반발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당신(김정은 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라고 밝혔다.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 것이다. 북한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이 14일 에스퍼 장관의 한미훈련 조정 발언을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북미대화가 연내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미 국방장관의 한미훈련 연기 발표 두 시간 만에 북한이 내놓은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 외무성 대변인 담화 살펴보면
북한이 17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담화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지난 15일(우리시간)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반발을 담고 있다.
인권결의안 채택을 규탄하면서 북한은 '반북 인권 소동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리(북한)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허황한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고 "미국이 … 우리(북한)를 고립압살하기 위한 적대시정책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이 담화를 한미 국방장관의 연합훈련 연기 발표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담화를 준비하는 데 걸렸을 시간을 고려하면 한미훈련 연기 발표 두 시간 만에 바로 반응을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담화가 한미훈련 연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이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 발언에 대한 김영철의 긍정적 평가'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미국이 남조선(남한)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조정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하여 … 긍정적인 시도의 일환으로 보기 위해 애써 노력"했지만, 이번 인권결의안으로 미국이 북한을 무너뜨리고 고립압살하려는 태도를 여전히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4일 김영철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한미훈련을 조정하기만 하면 대화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 것과는 배치된다. 연합공중훈련을 조정하더라도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 언론을 통해 한미가 11월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접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 인권결의안 반발은 표면적 이유
북한이 강경 입장을 보인 표면적인 이유는 유엔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이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은 매년 채택돼 온 것이기 때문에, 인권결의안 때문에 북한이 북미대화를 더 미루기로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를 미루기 위한 명분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은 인권결의안을 이유로 왜 북미대화를 더 미룬 것일까. 한미 당국의 연합공중훈련 연기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김영철이 지난 14일 주장한 것도 연합공중훈련 연기 정도가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의 완전 중단이었다. 북한은 대화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한미훈련 연기 정도가 아니라 한미훈련 중단 같은 더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미국에 요구하는 것 같다.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연기라는 유화적 조치를 통해 북미대화의 재개를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큰 양보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조속한 북미대화의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 [제보하기] 모든 순간이 뉴스가 됩니다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