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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쿠팡 6개월새 마진율 2배 올려...조직적 납품단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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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팀 구성 생활소비재 기업 20곳 '특별관리'

'최저가 매칭 시스템'으로 타사 가격이 더 높지 않도록 강요

소비재기업들 “적자 불어나자 제조사 옥죄 실적 올리려는 조치”

쿠팡 “역마진했던 걸 합리적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갑질 아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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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영 기자 = 쿠팡이 생활소비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납품 단가를 낮춰 자사의 마진율을 올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갑질’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주장이 나왔다.

쿠팡은 같은 사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공정위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또 다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생활소비재 기업 20여 곳을 대상으로 쿠팡의 마진율을 반년 만에 기존 15~20%에서 30~35% 두 배 가까이 올렸다. 이는 온라인업계에 서는 유례없는 수준이며 홈쇼핑업계에 맞먹는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도입한 초기에는 마진율이 0.1%에 불과했지만 2016년 10% 이상으로 올렸다. 이어 올해만 두차례 올려 대형마트를 제외한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쿠팡은 지난 2월 해당 기업들에 ‘마진율 25% 이상, 마진액 2500원 이상’의 조건에 맞는 제품만 납품 받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건에 맞지 않는 상품은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쿠팡은 앞선 요구를 수용한 업체들에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마진율 최대 35%를 요구,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별도 광고비와 장려금 등으로 마진율을 충당할 것을 강요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업계는 쿠팡이 제조사에 대한 압력을 조직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쿠팡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자사와 거래량이 많고 매출 비중이 높은 생활소비재 기업 20여곳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

해당기업은 식품, 생활용품, 이미용 제품, 주방용품 등의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제품 특성상 판매가는 물론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쿠팡이 35% 가까이 되는 마진율을 요구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쿠팡은 해당 업체들과 납품가 등에 대한 내용을 공문이나 메일 등 형식을 갖추지 않고 유선상 구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체는 마진 인상의 기준과 배경 설명을 요구했으나 쿠팡 측으로부터 “대외비라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계약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계약하게 돼 있다”면서 “구두로 하더라도 이후에 서면 계약서를 주고 받아 납품하면 문제가 없지만 서면 없이 납품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또 쿠팡이 마진율 인상 외에도 ‘최저가 매칭 시스템’을 통해 납품업체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가 매칭 시스템은 다른 온라인몰이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확인되면 쿠팡에서의 판매가를 무조건 해당 가격에 맞추는 정책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최저가 매칭 시스템에 대해 “소비자에게는 가격하락으로 반가울 수 있지만 일부 재고 떨이나 블랙마켓 등 비정상적 유통 가격도 수용, 장기적으로는 시장 교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고비용 구조다 보니 눈덩이처럼 적자가 불어났고,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제조사들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소비자가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을 선호해 기업 영향력이 커지자 제조사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쿠팡의 가격정책에 맞춰주다 보니 이 같은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12개 지역에 24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직매입을 통해 로켓배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228억원을 올려 업계 1위지만, 영업적자는 무려 1조9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계획된 적자’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마진율이 높은 직매입 비중을 늘려 수익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구나 쿠팡의 ‘돈줄’로 알려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악화된 것도 쿠팡으로서는 실적에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은 최근까지 비전펀드로부터 약 30억 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 받았다. 지금까지는 이를 활용해 물류 인프라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지만 손 회장이 3분기 실적 발표 후 “5~7년 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 하겠다”고 밝히면서 쿠팡이 추가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은 그러나 업계의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쿠팡은 정상화 단계를 가고 있다”면서 “투자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조사들이 주장하는 갑질 논란과 관련해 "고객에게 거품없는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건 유통업체가 고객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할 의무"라면서 "제조사와 가격을 논의하는 것도 고객들에게 늘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 A사 관계자는 “납품가는 조정할 수 있다. 업체 선택이고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합당한 선이냐, 속도가 적절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강점이 있어 협상력이 있으나 중소업체의 경우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쿠팡에 납품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쿠팡이 하반기에 또 마진을 올린다는 방침으로 들었다”면서 “쿠팡이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다면 영향력있는 제조사는 나이키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빼듯이 쿠팡에 남아있는 좋은 상품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들어 유명 제조사의 인기 제품들은 로켓배송에서 빠지고 중소업체 상품이 쿠팡의 핵심 판매 아이템으로 교체되는 추세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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