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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콧대 꺾인 럭셔리카 “우리도 전기차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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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내연기관차 단종행사

내년 5월 전동화 모델 출시 예고

페라리 하이브리드카 SF90 공개

경기 부진에 고급차 판매 급감

차량공유·친환경 시장 변화 대응

중앙일보

마세라티 알피에리 콘셉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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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모데나 마세라티 본사. 이곳에선 마세라티의 대표적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의 단종 행사가 열렸다. 마세라티는 마지막 생산 차량에 ‘제다(Zèda)’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세라티가 이례적으로 ‘단종 행사’를 가진 이유는 뭘까.

행사에 참석한 다비데 그라소 마세라티 최고경영자(CEO)는 “제다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다’는 모데나 방언으로 알파벳 ‘Z’를 의미한다. 마세라티 측은 “알파벳의 마지막 철자인 Z로 시작해 첫 철자 A로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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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탈리아 모데나의 마세라티 이노베이 션 랩에서 실도로 주행과 같은 환경의 ‘다이내믹 시뮬레이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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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기량, 고출력 내연기관을 장착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럭셔리·수퍼카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진 부유층 고객을 타깃으로 고성능·고출력에 집중해 왔다. 이들마저 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것 역시 이른바 ‘카마겟돈(자동차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그란투리스모’ 단종과 함께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MMXX(로마숫자 2020)’라는 글자가 씌어진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공식적으로 이 티저의 의미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5월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모델을 의미한다는 게 마세라티 측의 ‘비공식’ 설명이다.

보급형 세단 ‘기블리’, 럭셔리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마세라티는 최근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추세와 세계 경기 하락 등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다.

2017년 세계 시장에서 4만8700대를 팔았던 마세라티는 지난해 판매량(3만5500대)이 25% 넘게 줄었고 올해에도 3만대 수준까지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마세라티는 이번 행사에서 ‘미래’에 대한 설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R&D) 핵심인 ‘이노베이션 랩’을 공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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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하이브리드 SF90 스트라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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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세라티의 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과의 합병을 승인했다. 또 마세라티에 50억 유로(약 6조5500억원)를 지원해 전기차 개발을 지시했다. 페라리의 엔진 공급도 중단했다. 사실상 ‘독자 생존’하라는 신호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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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하이브리드 수퍼카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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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퍼카 업체 페라리는 최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퍼카 ‘SF90 스트라달레’를 한국 시장에 공개했다. 내년 2분기 출시 예정인 이 차는 769마력의 V8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1000마력의 출력을 낸다. 람보르기니도 지난 9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하이브리드 수퍼카인 ‘시안’을 공개했다. V12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해 819마력을 낸다.

벤틀리 역시 전기차 모델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크리스 크래프트 벤틀리 마케팅·세일즈 총괄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은 럭셔리 자동차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전동화·탄소중립 등 친환경 이슈에서도 럭셔리카들이 ‘장인 정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공유·모빌리티 등 미래 차 격변 속에서 비싸고 소모적인 럭셔리·수퍼카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폴크스바겐그룹이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독립시키거나 매각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데나(이탈리아)=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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