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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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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액 요구 거부하자 자리 박찬 미국 대표…방위비 분담금 협상, 1시간 반 만에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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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방위비 협상’ 등 돌린 한·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정은보 한국 측 수석대표가 19일 3차 회의 결렬 후 외교부 청사에서 정부 입장을 설명한 후 퇴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가 이날 서울 용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미국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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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적용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19일 결렬됐다. 올해의 5배가 넘는 대폭 증액 요구를 한국이 거부하자 미국 대표가 자리를 뜨면서 협상은 1시간30분 만에 끝났다. 한·미가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3차 회의를 종료하면서 연내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3차 회의 종료 후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서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은 이날 주한 미대사관 별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이 내놓은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 측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새 제안이 나오길 희망한다”며 한국이 협상할 준비가 됐을때 만나겠다고 말했다.

■ 미, 고압적 태도로 상식 밖 요구…“한국이 새 제안 내놔야”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자리 박찬 미국 ‘초유의 사태’

미 ‘항목 신설해 증액’ 요구…한 “미 요구, 원칙과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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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에서 열린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회의 도중 미국 측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측은 한국의 분담금 총액을 50억달러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 측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곧바로 회의를 종료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1조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액수의 분담금을 한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액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것으로, 미 협상팀은 이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역외 훈련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중 수당과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 기존의 방위비 협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지출 항목’을 만들어 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현행 SMA의 틀을 벗어나는 지출 항목 신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자 미국 측은 곧바로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결렬로 방위비 협상 연내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미측이 상식 밖의 무리한 요구를 고수하면서 회의를 조기 종료하고 이석하는 고압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방위비 협상에 대한 비판여론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요구는 한반도 방위를 넘어 사실상 미국의 동북아 패권유지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틀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회의 종료 후 장외 신경전을 이어갔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수석대표는 회의 시작 1시간30분 만에 회의장을 나와 용산 아메리칸센터에서 취재진 앞에 섰다. 드하트 대표는 ‘한국 측이 미국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 새로운 안을 가져오기 바란다’는 요지의 짧은 입장문을 읽은 뒤 질문도 받지 않고 떠났다.

드하트 대표는 “불행하게도 한국 협상팀의 제안들은 우리의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 분담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 협상팀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우리는 오늘 회의 참여를 중단했다”면서 “한국 측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에 기초해 일할 준비가 됐을때 우리의 협상이 재개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측의 정은보 수석대표도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방위비 분담금 협정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미국 측이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 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초청을 받아 관저를 방문했을 때 해리스 대사가 집요하게 ‘방위비 50억달러’를 언급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해리스 대사가 서론도 없이 50억달러 이야기를 20번가량 했다”며 “해리스 대사는 그동안 한국이 내야 할 돈의 5분의 1밖에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유신모 외교전문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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