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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굶주림에 시위 멈춘 10대들 “홍콩 미래 위해 다시 참여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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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공대 시위 일단락

동아일보

“이제 집으로 가자” 19일 새벽 홍콩이공대에서 한 학교 교장(왼쪽)이 누군가와 전화를 하면서 학생들을 캠퍼스 밖으로 인솔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미성년 학생들을 보호해 달라는 홍콩 중고등학교 교장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공대 내에 잔류하고 있던 시위대 중 18세 이하 중고등학생들을 체포하지 않고 귀가하도록 허용했다. 홍콩=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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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윤완준 특파원


홍콩 경찰의 강도 높은 봉쇄가 36시간 이상 이어진 19일 새벽 이른바 ‘최후의 보루’인 홍콩이공대에 남았던 시위대들의 탈출과 자수가 속출했다. 일부는 배고픔과 추위, 부상 등에 시달려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 터널로 탈출하려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19일 경찰에 자수한 16세 소년 시위 참가자는 기자에게 “탈출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100여 명이었던 강경 시위대도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기자회견 후 상당수가 빠져나와 이공대 안에는 소수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간 이어진 이공대 시위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새로운 시위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 가운데 한국인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관광 목적으로 17일 이공대에 들어갔다가 갇혀 하룻밤을 지낸 뒤 18일 빠져나왔다. 도움을 요청받은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은 홍콩 경찰에 연락해 “선처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9시 반 두 손을 든 채 여권을 보여주며 영어로 “I‘m Korean(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쳤고 경찰은 신분 확인 뒤 내보냈다.

홍콩 교육당국은 “교통 상황이 점차 회복됨에 따라 20일부터 초등학교, 중등학교와 일부 특수학교의 수업을 재개한다”며 휴교령 해제를 발표했다. 다만 이공대에서는 고농축 황산, 소듐메탈, 시안화아연, 아비산염 등 화학물질 약 20종이 사라진 것을 비롯해 시위대가 점거했던 중문(中文)대, 성시(城市)대 등에서 휘발성 폭발물질 등 화학물질이 사라져 폭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도심에서 뽑아낸 인도-차도 분리대를 이으면 그 길이가 42km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19일 홍콩의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강경파 크리스 탕을 공식 임명해 향후 시위대에 강경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최대한 빨리 폭력을 퇴치하고 사회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홍콩 야당인 민주당 의장을 지낸 앨버트 호 의원이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고등법원이 18일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는 것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홍콩 특구 법률이 홍콩 기본법에 부합하는지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며 “다른 어떤 관련 기관도 이를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홍콩 고등법원의 판결은 홍콩 정부의 통치권을 크게 약화시켰고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의 관련 결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부 전국인대 대표가 제기한 관련 의견과 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법원의 결정을 뒤집어 공안정국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 “中정부, 홍콩 10대에 중국인 정체성 심는 데 실패” ▼

홍콩이공대 청킴와 교수
訪中교류 참여 적고 본토에 반감… 포용정책 통한 설득 더 노력해야


동아일보

“중국 정부가 지금의 홍콩 10대들이 중국 본토를 인정하고 중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수립하게 하려던 노력이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홍콩이공대의 사회연구센터 주임을 맡고 있는 청킴와 교수(사진)는 1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반중(反中)·반정부 시위에 참여해온 홍콩의 10대 청소년이 과격화된 시위 현장에 대거 등장한 것을 두고 ‘설득의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홍콩 반환 이후 태어난 10대들이 오히려 홍콩 정부와 경찰을 싫어할 뿐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에 저항하고, 중국에서 온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공산당을 반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학생들은 13세 이상이 되면 중국 본토로 가는 각종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큰 인기를 끌었던 이런 프로그램이 이젠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 교수는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홍콩 10대들이 (중국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중국이 홍콩에 대해 더 포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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