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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SOS도 못 보낼만큼 순식간에… 갈치잡이배 선원 12명 불길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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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어제 새벽 화재… 1명 사망·11명 실종

식사시간에 불 난 것으로 추정, 조리기구 넘어졌을 가능성 커

수온 고려하면 '24시간'이 골든타임… 선원 6명은 베트남 국적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갈치잡이에 나섰던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선원 12명 중 1명이 숨지고 나머지 11명은 실종됐다.

19일 오전 7시 5분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에서 화재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어선에는 선장 정모(56·경남 통영)씨를 포함해 선원 12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 6명은 한국인이고, 나머지 6명은 베트남 국적이다.

조선일보

해경 도착했을 땐 이미… -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갈치잡이에 나섰던 어선에 불이 나 화염을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다.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12명 중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헬기와 함정 등을 보내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파도가 높아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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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21분쯤 사고 현장 인근 해상에서 표류 중인 선원 김모(61·경남)씨를 발견했다. 얼굴 등에 심한 화상을 입은 김씨는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에서 제주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대성호는 SOS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삽시간에 화재에 휩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타는 어선을 발견해 최초로 신고한 어선 창성호의 선원은 "불붙은 어선이 바다에 떠 있다. 빨리 구조 바란다"고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앞서 창성호는 이날 오전 3시쯤 대성호와 교신한 후 오전 6시쯤 다시 통신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대성호가 있는 해역으로 이동했다. 대성호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오전 4시 15분쯤이다. 화재는 이때부터 대성호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오전 6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신고를 받은 해경 헬기가 오전 8시 15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선체 앞부분이 전소된 상태였다. 이어 도착한 경비함정이 물을 뿌렸으나 진화에 실패했다. 선박은 두 동강 나면서 오전 9시 40분쯤 앞부분이 전복됐다. 해경은 "신고 직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고 선박에 화염이 심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후 해경 특공대원이 뒤집힌 배 뒷부분에 들어가 두 차례 수색을 했지만 추가로 선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또 잠수부를 동원해 5차례에 걸쳐 수중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호는 지난 8일 10시 38분쯤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했으며, 당초 지난 18일 오후 8시 35분쯤 통영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2002년 4월 건조됐으며, 선박 소재는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확인됐다. 귀항을 하루 넘겨 사고 당일인 19일 새벽까지 조업을 한 이유에 대해 대성호가 소속된 통영근해연승선주협회 하문기(58) 회장은 "일기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선장이 판단해 조업을 하거나, 닻을 내리고 쉬기도 한다"며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지만 며칠 조업을 못한 것을 19일까지 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의 원인이 된 화재는 식사 준비를 하다 높은 파도로 배가 흔들리면서 화기(火器)가 넘어져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통상 갈치잡이 어선의 경우 오전 3~6시 낚싯줄에 미끼를 끼워 바다에 풀어 갈치잡이 준비를 마친다"며 "화재는 갈치잡이 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치잡이 어선 화재 사고 실종자 수색은 20일 새벽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사고 해역의 수온이 19~20도임을 고려할 때 생존 가능 시간은 24시간이다. 실종자들이 구명조끼를 입었을 것으로 가정할 때 골든타임은 20일 오전 4시를 전후한 시각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광역구조본부를 꾸리고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해경함정 8척, 해군 2척, 관공선 6척, 민간 어선 3척, 헬기 11대(해군2, 해경 5, 산림청 1, 공군 3) 등이 총동원돼 밤늦게까지 야간 수색 작업을 벌였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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