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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빅5 병원까지 뛰어들었다, '닥튜버'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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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유튜브 채널 인기]

췌장癌 증상·성형수술 부작용 등 각종 의학지식·경험 나눠

조회수 수백만… 유튜브 수입 月350만~400만원 달하기도

대형병원들도 앞다퉈 방송 "반응 좋아 전담팀도 만들 계획"

"체중이 갑자기 잘 빠지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되게 좋아하시는데 나중에 검사를 해보면 췌장암이 있었던 거를 모르고 있었던 거죠. 한 번쯤은 췌장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올해 4월 연세세브란스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몸이 말하는 네 가지 췌장암 신호' 일부다. 강창무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그간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 사례를 소개한다. 조회 수는 240만회. 유튜브에서 흔히 '대박'의 기준으로 삼는 '100만회'를 훌쩍 넘었다. 병원에서 강 교수 진료를 받으려면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강 교수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건강 정보 감사하다" "지금 병원에 가보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선일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골절 수술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 '닥터들의 수다'. 필러 부작용을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의사사람친구'. 심장의 구조를 설명하는 김경환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구강암 증상을 설명하는 김형준 연세세브란스병원 치과 교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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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의료 유튜브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건강·의료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통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대형 병원이나 인기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때로는 병원 홍보를 위해 유튜브 채널 개설에 뛰어들고 있다.

19일 현재 삼성·아산·세브란스·서울대·성모 등 이른바 '빅 5병원'은 모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콧대 높은 대형 병원들이었지만, 최근엔 병원 홍보 영상만 올리던 기존 유튜브 채널에 전담 직원까지 두며 영상을 만든다.

빅 5병원 중 구독자가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6만명에 육박한다. 서울대병원 유튜브 채널 'chSNUH'에 올라오는 '○○○ 교수 Health Talk(건강 이야기)' 시리즈는 영상마다 조회 수 수천 회를 기록한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직접 출연해 '갑상선 결절의 원인과 증상, 진단' '저신장과 성조숙증 원인' 등 주제를 대담(對談) 형식으로 풀어낸다. 서울대병원 측은 "반응이 좋아 아예 유튜브 전담팀을 만들어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유튜브가 대세(大勢)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으면서 병원도 직접 의학 지식을 전달할 통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 의사들은 유튜브 세상에서 '스타'로 대접받는다. 의사 개인 채널이 구독자 10만명을 넘기도 한다. 내용도 '정신과 의사와 알아보는 첫 만남에서 호감을 얻는 방법' '치실로 셀프 잇몸 치료' 등 간단한 정보부터 '의사, 환자, 보호자가 한 팀 되는 두경부암 재건술' '암 치료의 끝판왕! 중입자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 방법까지 다양하다. 구독자가 늘면서 의사들은 홍보 효과는 물론 유튜브 자체를 통한 부수입까지 얻고 있다. 한 의사 유튜버는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한 달 350만~400만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 관계인 의사들끼리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설전(舌戰)도 벌어진다. 필러의 부작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필러 대전'이 대표적이다. 한 유튜브 채널이 이달 초 "얼굴에 맞은 필러는 잘 흡수되지 않고 녹지도 않아 얼굴을 처지게 만든다"며 부작용을 강조한 내용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영상은 수일 만에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러자 다른 의사가 필러를 옹호하는 영상을 띄웠다. "필러는 보형물 삽입보다는 부작용 심각도가 훨씬 덜 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도 조회 수가 8만회다.

전문가들은 "의료 유튜브의 인기는 글로벌 트렌드이고, 한국은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말한다. 미국 메이요(MAYO) 클리닉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34만명이고, '심장에 길을 내는 새로운 방법' 등 전문적인 내용의 영상에도 조회 수가 수백만 회씩 기록된다. 개인 의사 중에는 구독자 수가 500만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김대하 내과전문의는 "환자들이 그동안 정확하고 친절한 의료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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