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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직원 3명 할아버지 양조장, 100배로 키운 손자의 비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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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가업을 부활시킨 2ㆍ3대 장인들

“트렌디한 사진, 해시태그... 세련미로 살렸죠”

우리나라는 유독 소규모 가업 계승이 잘 되지 않는다. 상속세 부담이나 부의 대물림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가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자식 세대에 넘겨주는 것을 원치 않거나, 자식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그 못지 많게 많다. 이로 인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간 이어온 뛰어난 기술과 전통이 끊기는 경우가 적잖다.

최근 들어 부모 세대의 기업가 정신에 자식 세대의 아이디어가 더해진 ‘탄탄한 신구 조화’의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탄탄한 기술력에 부족했던 ‘세련됨’을 자식 세대가 입히면서 가업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련됨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저렴하면서 효과적인 방식으로 가업을 알리는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제2의 창업’을 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지평막걸리, SNS 마케팅으로 매출 100배 성장

“막걸리는 3대를 이어온 가업이었지만 사양산업이었어요. 아버지께서도 사업을 그만두는 시기를 조율하고 계셨죠. 저는 어릴 때부터 드나들었던 양조장이 없어지는 것도, 맛있는 지평막걸리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것도 너무나 아쉬웠어요. 아버지께서 평생을 바쳐온 일을 살려내는 것이 제가 평소 고민하던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아버지를 설득해서 경영을 맡았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 본사에서 만난 김기환(38) 지평주조 대표는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던 2009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평주조는 ‘지평생막걸리’로 전통주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1925년 1대 사장 고 이종환씨가 설립한 지평주조는 국내 양조장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 김교섭씨가 1960년 지평주조를 인수 한 이후 아버지 김동교 전 대표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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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지평주조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 본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막걸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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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경영을 처음 맡았던 2010년만 해도 지평주조는 직원 3명, 연매출 2억원에 불과한 작은 양조장이었다. 지금이야 연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는 국내 대표 전통주 기업이 됐지만 막걸리 자체의 균질한 맛에 집중하자던 김 대표의 철학과 SNS가 없었다면 ‘경쟁에 밀려 슬그머니 사라진 양조장’이 됐을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들에게 지평막걸리를 알릴 수 있는 창구로 SNS를 주목했다. 공식 SNS를 개설했던 2015년까지만 해도 막걸리는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술로 인식됐다. 김 대표는 직접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답글도 달면서 젊은이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SNS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평막걸리는 다른 막걸리보다 1도 낮은 ‘저도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SNS 게시물에 속속 등장했다. 이젠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3만5,000여건에 달하는 뜨거운 아이템이 됐다. 김 대표가 SNS에 크게 신경쓰지 못하는 동안에도 지평막걸리는 SNS상에서 유명해졌다.

김 대표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지평막걸리 사진을 올리고, 맛 평가를 남기거나 친구들에게 추천해서 많이 놀랐다”며 “지난해 10월부터는 마케팅팀에서 공식 SNS 계정을 담당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전문성을 높여 ‘이게 바로 지평이다’라는 걸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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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주조 춘천공장에서 제조되는 지평생막걸리. 지평주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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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평주조가 어떤 회사보다 SNS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은 게시글, 댓글 등을 통해 맛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구매문의 글을 통해 어떤 지역에서 수요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콘텐츠 하나로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파급력은 SNS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김 대표는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제 SNS를 통해 막걸리 문화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촌스럽다’, ‘늙었다’는 막걸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것이다. “홈(home)술, 혼술, 소확행 등 2030세대의 주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지평막걸리와 어울리는 와인잔, 고급 도자기잔 등을 이용해 색다른 분위기 연출을 제안하고 있어요. 지금 활동들이 쌓인다면 향후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리빙 브랜드 ‘키티버니포니’…”SNS 마케팅은 가성비 최고”

키티버니포니는 ‘한국의 마리메꼬’라고 불리는 국내 대표 ‘리빙’ 브랜드다. 홍익대 광고디자인 학사, 시각디자인 석사를 마친 김진진 대표(37)는 1994년부터 자수공장을 운영한 아버지의 제안으로 2008년 키티버니포니를 설립했다. 지금은 브랜드 대표이자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아버지는 자수공장 이름을 ‘장미산업사’에서 ‘진진컴퍼니’로 바꿔 제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키티버니포니는 독특한 디자인을 인정받으면서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ㆍ이니스프리, 현대자동차, 동서식품 등 유명 브랜드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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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진 키티버니포니 대표가 13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 본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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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버니포니는 오프라인보다 SNS에서 더 유명하다. 국내에서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2014년 7월 일찌감치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고, 지금은 팔로워만 8만4,000명 이상일 정도로 든든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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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키티버니포니 매장. 키티버니포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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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키티버니포니의 SNS는 김 대표 아버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쯤 아버지가 ‘요즘 젋은 애들은 다 이거 한다는데’라면서 시작을 권유했다”며 “당시는 싸이월드, 페이스북만 하던 시절이라 ‘누가 인스타그램을 할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은 가장 큰 소통창구이자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리빙 제품 시장은 크지 않았다. 때문에 키티버니포니는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당시엔 종이 잡지에 협찬하거나,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홍보 방식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업 초기 홍보에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없었다. 이때 도움을 준 게 SNS였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은 신제품 출시를 가장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기대 이상의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며 “해시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후기를 확인할 수도 있고, 전세계 최신 트렌드를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협업을 진행했던 국내외 디자이너, 작가들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됐고, SNS를 통해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 이후의 SNS 채널을 찾고 있다. 이미 블로그, 유튜브 계정도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더 어린 고객층을 위해 ‘틱톡’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SNS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만큼이나 부정적인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미래를 맞이할 세대들과 SNS로 소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사진 한 장, 단어 하나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으니 가성비 높은 마케팅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비앤테일러,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손바느질 정장’

“비앤테일러는 예복을 만들지 않습니다. 예복은 상업적이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양복 산업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해외에 나가기 위해 외국어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고객 열 분 중 여섯 분이 외국인이에요. 그래서 수출도 조금씩 하고 있고요.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사람들’의 배경이 됐던 ‘비앤테일러’의 박창우(40) 이사는 경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비앤테일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 활용해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던 맞춤양복점을 확장시킨 대표적인 회사다. 실제 인스타그램 댓글의 90% 이상을 외국인이 작성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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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우(왼쪽) 비앤테일러 이사가 아버지 박정열 대표와 함께 '풀핸드메이드' 정장을 제작하고 있다. 비엔테일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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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내를 대표하는 ‘비스포크(맞춤제작)’ 양복점이지만, 비앤테일러도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이후 기성복이 양복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맞춤양복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을 때 한 지인이 “사업성이 없는 맞춤양복을 왜 하느냐”고 말한 것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박 이사는 양복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에게 사업을 한번 살려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으로 만들고 싶어 많은 기술도 배우고, 양복점을 알리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경영이 말처럼 쉽진 않았다. 비앤테일러는 다른 맞춤양복점과 다르게 100%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2~3배 가량 비쌌다. 때문에 박 이사는 사람들에게 수제 맞춤양복의 가치를 알리는 수단으로 SNS를 이용했다. 그 결과 비앤테일러는 SNS에서 가장 유명한 맞춤양복점이 됐고, 고객 층도 두터워졌다.

“온라인 상점이나 오픈마켓은 옷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이미지와 글을 올려야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은 손에 들고 다니는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박 이사가 개설한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8만여명이나 된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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