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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단장 되고도 탱크 탄다…에이브럼스 장군 보청기 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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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7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ㆍ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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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청기를 차는 장군이 있다. 그가 단지 나이가 많아 보청기를 찾은 게 아니다. 난청은 수십 년 동안 탱크를 타며 전장을 누빈 그에겐 '직업병'과 같다.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국 육군 대장 얘기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5일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채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한 모습이 목격됐다. 그의 보청기는 안경테의 귀걸이처럼 생겼고, 귓불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투명 플라스틱 튜브로 만들어진 리시버는 외이도(外耳道ㆍ귓구멍 어귀로부터 고막에 이르는 ‘S’ 자 모양의 관(管))에 쏙 들어간다. 곁에서 봐도 어지간해선 보청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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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측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군사령관(제일 왼쪽)이 보청기를 착용한 모습이 보인다. 박용한 [사진 연합뉴스ㆍ뉴시스 재구성=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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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보청기는 주한미군 안에서 '비밀 아닌 비밀'”이라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보청기 착용을 숨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널리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중요한 회의나 행사 때 보청기를 찬다. 이 소식통은 “늘 전쟁을 치르는 미군에선 난청 환자가 꽤 많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대장으로 진급하기 전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미군에서도 그의 난청을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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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ㆍ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최병혁 한ㆍ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인사를 나누며 웃고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왼쪽 귀에 보청기가 걸려 있다. [사진 뉴시스 재구성=빅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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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기갑병과 출신이다. 1982년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미 육군의 주요 기갑부대를 거쳤다. 기갑부대에서만 중대장부터 사단장까지 오른 ‘정통 기갑인’으로 유명하다.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90년 이후 미국이 벌인 모든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 동성훈장 등 훈포장 13개를 받았다. 사단장이 돼서도 장병과 탱크를 타는 걸 마다치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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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에 참전 중인 미군 M1 에이브럼스가 포를 발사하고 있다. 마 육군의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부친인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예비역 육군 대장의 이름을 따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아버지, 삼형제의 계급에 있는 별의 갯수를 모으면 모두 13개인 군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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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병과 출신 육군 관계자는 “훈련할 때 오랜 기간 폭발음에 노출되면서 심한 난청을 겪는다”며 “난청 정도가 심각한 경우 보훈 대상자로 지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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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포탑 내부는 매우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만들어진 폭음이 굉장히 크게 들린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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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준 영남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고성(高聲)은 소리를 듣는 섬모라는 세포를 망가뜨린다”며 “포병이나 기갑병과에 난청이 많으며, 소총 사격 때문에 난청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사격을 할 때 반드시 이어플러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갑병과의 경우 좁은 포탑 안에서 울리는 포성과 엔진 소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공 교수는 “소음성 난청을 가진 사람은 노인성 난청이 보통(60~70대)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가 잘 안 들리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체력은 20대 못잖다. 그는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자신의 트위터에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운동을 종합한 '크로스핏'광으로 유명하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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