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정태일의 현장에서] ‘애즈 어 서비스(aaS)’도 국력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 배송된 수건과 면도기로 세면한다. 아침 식사는 매일 다른 식단으로 제공되는 건강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출근길 편하게 업무를 보기 위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점심 식사 후 개인 맞춤형 걷기 프로그램으로 가볍게 운동하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미리 지불한 금액에 따라 e북 서재로 책을 본다. 집에 와서 연말 해외 여행에서 묵을 방을 공유숙박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다. 잠들기 전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어제 보다 만 영상 콘텐츠를 즐긴다.

지금 누구나 이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들이다. 현재 우리는 일상의 상당 부분에서 그동안 구매했던 것들을 서비스로 이용하는 ‘애즈 어 서비스(aaS;as a Service)’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용어는 2011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설명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는 Iaas(서비스형 인프라), 응용프로그램 플랫폼을 배포하는 PaaS(서비스형 플랫폼),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의 개념들이 정립됐다.

그동안 기업·공공에서 자체 전산실(온프레미스)에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고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썼다면 클라우드 도입으로 새로운 개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인터넷 기반의 여러 산업들이 서비스형 수익 모델로 옮겨가는 것으로 확산됐다. 공급과 수요가 인터넷으로 연결만 돼 있다면 모든 것이 판매 대상에서 서비스 대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차세대 혁신기업들도 모두 서비스형 산업에서 탄생했다.

서비스형 산업이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중심(On Demand)으로 발빠르게 맞춤형 상품을 구성하고, 사용한 것 만큼만 지불(Pay as you go)하는 합리적 시스템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의 구매 상품을 서비스로 재편해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완전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최대 테마파크 에버랜드는 시설의 모습을 클라우드 캠(SK브로드밴드)으로 실시간 유튜브에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메라 1대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연내 50대로 늘려 에버랜드 곳곳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에버랜드 혼잡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이처럼 서비스형 시장은 과거 판매 중심 시장에서 탈바꿈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형태로도 진화하고 있다. 바로 세상의 모든 것이 서비스형으로 제공되는 ‘aaS’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aaS 개념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국립정보통신연구기구(NICT)는 유럽위원회와 공동 기금을 마련해 ‘서비스형 도시 플랫폼’(City Platform as a Servic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적인 트렌드 스마트시티 전체에 서비스형 모델을 적용한 것이다.

일본 국가인공지능정책 또한 ‘서비스형 인공지능’(AIaaS)으로 추진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고령화와 1인 가구에 최적화된 aaS 모델도 제시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이 같은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비스형 시장과 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모든 나라의 숙제인 일자리도 이처럼 부상하는 산업에서 나온다.

특히 서비스형 시장 급성장 이면에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이는 곧 데이터 경쟁력으로도 직결된다.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풍부한 빅데이터 확보는 필수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서비스형 산업을 키워야 할 때 정부 불통과 엇박자로 대표적인 Maas(모빌리티 애즈 어 서비스)인 타다를 불법 논란으로 내몰았다. 서비스형 시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3법’도 1년 동안 방치하고 있다.

법·제도가 뒷받침된 규제 완화 없이 aaS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aaS가 곧 국력이다.

killpas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