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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욱일기가 일본 군국주의 상징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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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전통문화 맥락서 설명…"군국주의 상징 지적 큰 오해" 주장

욱일형상 자체는 日전통이나 '욱일기'는 1870년부터 軍旗로 정착

'경기장내 정치선전 금지' 올림픽헌장, 도쿄서 적용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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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 관중석의 욱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월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있다. 2019.11.17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욱일기(旭日旗) 논란이 벌써 뜨겁다. 최근 일본 정부가 욱일기는 자국 전통문화의 일환이라는 취지를 담은 한국어 자료를 발표한 일이나 도쿄에서 열린 야구 '프리미어 12' 한일전 때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등장한 일 등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8일 홈페이지의 욱일기 소개 코너에 기존에 있던 일본어와 영어 자료 외에 한국어 자료를 새로 올리며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무성은 욱일기의 디자인이 "일본 국내에서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돼 왔다. 오늘날에도 욱일기 디자인은 풍어기나 출산, 명절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무성은 "(욱일기가) 정치적 주장이나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붉은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사방팔방 뻗어 나가는 모습인 욱일 형상이 자국 전통 문화의 하나라고 소개한 외무성의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 따르면 욱일 형상은 일본 무사 가문의 상징 문양으로서 오래전부터 규슈(九州) 지역을 중심으로 애용돼왔다.

흰색, 붉은색과 조합을 이룬 욱일 형상은 '호경기'를 상징하거나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경사가 있을 때나 축제때 사용되곤 했다.

욱일 형상은 현대 일본에서도 풍어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은 '대어기(大漁旗)'에 자주 등장하며, 민간기업 광고에 들어가거나 제품 및 포장 디자인으로도 쓰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언론이자,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에 강한 비판 논조를 유지해온 아사히(朝日) 신문 사기(社旗)도 욱일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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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아사히 신문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욱일 형상'이 아니라 '욱일기'로 들어가면 차원이 다르다. 욱일기가 군국주의 상징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전쟁 가해국'이 '피해국'의 국민 정서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욱일기는 근대이래 일본군의 상징이라는데 대해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 따르면 욱일기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1867년) 이후 일본이 근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던 1870년 4월 17일 당시 군 최고 통수권자였던 메이지일왕이 도쿄에서 사쓰마(薩摩)번(藩), 조슈(長州)번 등 각 번의 병사 훈련을 시찰할 때 육군의 연대기(聯隊旗)로 처음 사용됐다. 일본 군대의 표상으로서 병사의 사기를 고양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당초 이 행사만을 위해 제작됐으나 그해 6월 13일 자 '메이지 3년 태정관(太政官·현재의 내각 개념) 포고 제355호'를 통해 욱일기는 일본 육군기로 정식 채택됐다. 일장기처럼 붉은해를 중앙에 배치하고 왕실 국화 문양의 이파리 수와 같은 16줄기의 햇살이 뻗어 나가는 모양으로, 일본 육군성 전신인 병부성에서 고안됐다.

욱일기는 출발부터 엄연히 '군기'였던 것이다.

이어서 1889년 일본 해군의 군함기로 채택됐고 1차 세계대전 때 일본 육군 소속 전투기의 국적 표식으로도 사용됐다.

그리고 2차대전때 사용된 것은 물론, 패전 뒤에도 1954년 자위대 발족후 육상자위대기,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 등으로 살아 남았다.

이런 이력에서 보듯 욱일기가 군국주의의 상징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설명은 철저히 주관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2차대전 당시 아시아인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전장 곳곳에서 욱일기가 펄럭였기에 아무리 일본인이 욱일기에 군국주의 향수를 담을 뜻이 없다고 강변해도 일본 식민지배와 침략의 피해국 국민에게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대전 때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숫자 '731'이 일련번호로 새겨진 자위대 연습기에 탑승한 채 포즈를 취한 사진이 논란을 일으켰을 때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얘기다.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는 총리가 탄 연습기의 번호로 731부대를 연상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국 국민의 상처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결여됐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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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자위대 사열식에 등장한 욱일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내년 도쿄올림픽의 관중석에서도 욱일기를 보게 될까?

욱일기는 그 역사에 비춰볼 때 평화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해 보이나 그것을 제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 종교,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관중이 욱일기를 응원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과 무관하다는 일본 측 주장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지난 9월 IOC는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 문제와 관련한 일본 공영방송 NHK의 질의에 "IOC는 당초부터 경기장은 어떠한 정치적 주장의 장소도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왔다"며 "대회기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축구계에서는 욱일기를 사용한 응원에 제재가 내려진 전례가 있다.

지난 2017년 4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 간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때 욱일기를 관중석에 내건 서포터의 행동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AFC는 가와사키 구단에 벌금 1만5천달러를 부과했다.

당시 AFC는 상대 팀에 모욕감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슬로건을 내보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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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축구경기장 관중석의 욱일기
[수원 삼성 축구단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4월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수원 삼성-가와사키 프론탈레의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을 앞두고 관중석에 내걸린 욱일기.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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