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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공연…시대를 품은 ‘여장남자’들이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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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두전’ 전녹두 역 장동윤

숨죽여 살던 여성들 애환 담아내고

‘패왕별희’ 김준수 ‘헤드윅’ 정문성 등

사랑하는 이 위한 절절한 마음 전해

당시 시대상 애환 담아내려

통가발·화장·메니큐어는 기본

저녁 굶으며 9㎏ 빼 몸선 만들고

목소리·손짓·몸짓 하나에도 공들여

“움츠리고 살았던 당대 여성의 삶

현대에도 그런 불합리 있다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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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자, 여자… 요즘 대중매체에서는 ‘여자’들이 화제다. 바로 남자들이 변신한 여자, ‘여장 남자’들이다.

여장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티브이와 무대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한국방송2>(KBS2)의 월화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과 최근 서울 공연을 끝내고 내년 1월15일까지 지방 투어를 하는 뮤지컬 <헤드윅>, 지난 17일 막을 내린 창극 <패왕별희>다.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창극 <패왕별희>는 지난해 시작한 작품이지만, 드라마까지 가세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이례적으로 ‘여장 남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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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영화 <찜>을 시작으로 2014년 영화 <하이힐> 등 여장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간혹 등장했다. 그동안은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주로 인물 자체의 사연에 집중했다면, 최근의 여장 남자들은 시대적 배경에서 여자들의 애환을 녹여낸다.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전녹두’(장동윤)는 자신의 가족을 헤치려는 범인을 잡기 위해 여장을 하고 ‘과부촌’에 들어간다. 드라마는 녹두가 과부촌에서 생활하는 과정에 여자이기에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당대 여성들의 아픔을 담아낸다. 시아버지는 열녀비를 세워 가문의 이름을 떨치려고 과부촌에 들어가려는 며느리를 죽이려 하고, 양반은 어린 여자아이와의 하룻밤을 강요한다. 여자들끼리 연대해 잘 살던 과부촌 식구들은 탄압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자 서로에게 말한다. “여인이라고 숨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패왕별희>의 ‘우희’(김준수)와 <헤드윅>의 ‘헤드윅’(정문성 등)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적 핍박 속에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여자가 되거나 목숨을 바친다. 정문성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헤드윅은 지금의 시선에서 봐도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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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배우들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다.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여장 남자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했지만, 이 세 작품은 ‘한땀 한땀’ 공들여 상황에 맞는 여장 남자의 진심을 그려낸다는 점이 닮았다. 몇달간 저녁을 굶으며 3~9㎏을 빼는 등 몸선을 예쁘게 만든 것은 이들 세 배우에겐 기본이었다. 정문성은 “처음 ‘헤드윅’을 맡은 후부터 근육을 없애려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동윤은 소속사를 통해 <한겨레>에 “특히 목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과장되지 않은 적당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여장을 했을 때 조금 더 하이톤으로 잡기는 했지만, 여성들에게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걸 항상 유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손짓과 몸짓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표현했다. 특히 <패왕별희>에서 우희는 마치 수어 통역을 하듯 손짓으로도 이야기를 건넨다. 김준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극 자체가 노래는 물론이고 몸짓과 손짓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우희는 그런 부분에 더 신중했다”고 말했다. 우희는 기본적으로는 중지와 엄지를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위로 치켜세우고 있다. “그게 경극에서 여자의 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뜻할 때, 달을 볼 때, 낙엽이 떨어졌을 때 등 저마다 다른 심정을 드러내는 손가락 표현이 다 있다. 김준수는 “손끝까지 신경 써야 해 공연이 끝나면 온몸이 다 뻐근해지더라”고 말했다. 검무를 두달간 배웠고, 허리를 꺾는 장면에서 자주 다쳐 창극에서는 이례적으로 재활치료사가 무대 뒤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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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가 가장 힘들어한 것은 바로 화장. 경극 특유의 과한 분장을 해야 했던 김준수는 “통가발을 쓰고 화장을 1시간 정도 했다”고 하고, 정문성도 “1시간30분 정도 화장을 하고 매일 매니큐어를 새로 발랐다”고 말했다. 손톱 색깔 하나도 그냥 하는 게 없다. 정문성은 “왼손은 빨간색, 오른손은 검은색을 칠했다. 헤드윅과 토미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기에 헤드윅으로 얘기할 때는 왼손을 사용하고, 토미로 대사를 칠 때는 오른손을 사용했다”고 했다. 정문성과 김준수는 눈썹에 풀을 붙여 피부에 밀착시킨 뒤 다시 눈썹을 그려야 해 머리도 눈썹도 많이 빠졌다. 김준수는 “목젖은 옷깃으로 가렸다”고 했다. 그에 견주면 <조선로코 녹두전>의 장동윤은 머리를 길러 묶는 것만으로도 여자가 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 관계자는 <한겨레>에 “장동윤은 여장 남자 역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처음에는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도 했는데 장동윤이 너무 잘해줘서 이질감이 없었다”고 감탄했다.

여장 남자를 연기하면서 배우들은 과거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장동윤은 “시대적인 분위기 때문에 움츠리고 당하며 살아야만 했던 여성들의 삶을 몸소 체감하는 듯했다. 현대에도 그러한 불합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며 바뀌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의 본능이 어디 가진 않는다. <패왕별희> 관객과의 대화에서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앉은 김준수의 모습에 관객들이 빵 터졌다는 후문이다.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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