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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함안으로 타임캡슐 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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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라가야, 고려, 조선 유적지 보존한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고려동 유적지·무진정·악양루 등

신라가 버린 땅, 유적 발굴은 현재진행형

남강엔 붉은 노을 위 날카로운 초승달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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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은 타임캡슐 같은 도시다. 경남 진주, 창원, 의령, 창녕에 둘러싸인 소도시는 5~6세기 아라가야(삼국시대 6개 가야 중 하나)부터 고려, 조선 유적지를 보존하고 있다. 발굴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1일 문화재청은 ‘함안 가야리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4호’로 지정했다. 가야 문화권 왕성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부지 19만5008㎡(약 5만9000평)에서 토성과 울타리(목책), 대형 고상 건물(바닥을 땅 위로 높게 지은 건물) 등 14동 건물터와 쇠화살촉, 작은 칼, 쇠도끼, 비늘갑옷 등을 발견했다. 특히 가야 문화권 처음으로 판축토성(흙을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 쌓은 성)을 축조한 흔적이 나왔다. 앞서 1963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한 가야 유적도 있다. 가야읍 도항리 ‘말이산 고분군’이다. 약 1500~2000년 전 아라가야 지배층들이 묻힌 1000여기 무덤이 발견된 곳이다. 지난 1일, ‘살아있는 박물관’ 경남 함안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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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이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함안군청에서 샛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산속의 산’ 풍경이 펼쳐진다. 말이산 고분군 북쪽 끝에서 남쪽 성산산성까지 2㎞가량 거대한 봉분들이 줄지어 솟아 있다. 남쪽 방향 고분이 서쪽 방향 고분보다 웅장하다. “중심지배층 무덤을 남쪽 일렬로 조영하고 나머지를 옆으로 뒀기 때문”이다. 언덕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4호분은 가야 문화권 고분 가운데서도 최대급이라고 한다. 지름 39.4m에 높이 9.7m다. 무려 1500년 세월 동안 왕조와 나라가 수없이 바뀌었는데도 고분이 그대로 남은 건 그저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함안군청 가야문화유산담당관실 조신규 팀장은 “신라가 아라가야를 정복하고 중심지를 성산산성 남쪽 함안면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아라가야가 패망한 뒤로 왕성과 고분군이 있는 함안군 중앙 가야읍은 버려진 것이다. “남강이 범람해 침수가 잦은 땅에 사는 사람은 줄고 물소만 늘어났다.” 지금은 폐역이 된 함안역이 일제강점기 가야읍 말산리에 들어섰다. 한국전쟁 뒤 함안군청은 가야읍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라가야 중심지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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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은 가야 조상들을 모시기라도 하듯 말이산 고분군과 함안군 박물관을 바로 옆에 끼고 있다. 현재까지 말이산 고분군 부지 52만7224㎡에서 고분 1000여기 유물 1만2천여점이 출토됐다고 함안군청은 밝혔다. 말이산 고분군을 본격적으로 발굴한 건 1992년 6월부터다. 당시 말이산 고분군 북쪽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유물이 발견됐다. 5세기 전반 아라가야 왕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말 갑옷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출토됐다. 그 뒤 고분은 마갑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함안박물관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유물 3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목곽묘, 석곽묘, 석실묘 등 시대에 따라 변천한 무덤 모형들과 아라가야 토기, 말 갑옷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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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에는 ‘세상과 담쌓은’ 곳도 있다. ‘고려동 유적지’(산인면 모곡리)다. 들머리 ‘고려동학’이란 비석이 있다. 고려 유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뜻이다. 집터로 들어서기 전 거대한 배롱나무 뒤로 대나무 숲이 보인다. 여기선 유독 담장이 견고해 보인다. 집마다 사람 키보다 높은 기와담장이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다. 고려말 성균관 진사 이오 선생은 옛 왕조에 대한 충절을 지키려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동을 만들고 은거했다. 담장을 쌓고 우물을 파고 전답 9만9000㎡를 일궈 자급자족했다. 자식에게 조선왕조에서 벼슬하지 말 것과 자신의 신주를 고려동에 둘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현재까지 19대가 600여 년째 종택을 지키며 살고 있다. 함안은 고려와도 연이 깊다. 2009년 5월 성산산성에서 연꽃 씨를 발굴했다. 분석결과 고려 시대 연꽃 씨로 측정됐다. 씨는 발아하고 꽃을 피웠다. 그 뒤로 매해 여름 함안박물관 곳곳에 ‘고려에서 온’ 연꽃이 핀다고 한다. 함안군은 연꽃 이름을 ‘아라홍련’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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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함부로 내버리지 않는 습성이 대대로 내려온 것일까. 함안은 조선시대 지방에서 펴낸 ‘사찬읍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읍지가 남아있는 곳이다. 선조 20년(1587년) 함안군수 정구는 사찬읍지 ‘함주지’를 펴냈다. 당시 함안의 행정과 문화, 역사를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그건 자기 고장에 대한 애정이었다. 정구는 함안면 괴산리에 있는 정자 ‘무진정’에서 매해 음력 사월초파일마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 낙화놀이를 열기도 했다. 액운을 태우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참나무 숯가루를 한지에 싸고 댕기머리처럼 엮어 줄에 매단 뒤 불을 붙이면, 무진정 연못 위로 불꽃이 꽃가루처럼 흐드러지게 흩날린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중단된 낙화놀이를 1985년부터 복원했다.

연못 섬들을 잇는 다리를 건너 무진정으로 들어섰다. 무진정에선 연못과 섬, 다리(홍예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불꽃이 없는 연못엔 부평초가 가득했다. 무진정은 조선 중종 2년(1507년)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지낸 무진 조삼 선생이 후학을 기르고 여생을 보낸 곳이다. 함주지엔 조삼 선생이 아침과 점심 상 들어온 줄도 모르고 책을 읽다가 해가 저물자 아침상을 재촉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고 한다. 정자를 오가는 사람들은 정자 들머리 계단에 오래 머물렀다. 아늑한 연못에 불꽃이 날리는 모습을 상상하듯 한참 동안 홍예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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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이 함안이다. 1950년 8월 남쪽 여항산과 서북산 일대에서 마산과 부산을 사수하려는 낙동강 방어선 전투가 벌어졌다. 한국전쟁 애환을 노래한 ‘처녀뱃사공’ 노랫말이 남강이 흐르는 함안 악양루 근처에서 탄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유랑극단 단장 윤부길이 1953년 함안 악양나루터를 지나다가 노 젓는 자매로부터 ‘군에 간 오빠 소식이 끊겼다’는 얘기를 듣고 노랫말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악양루에서 산책로를 따라 200m가량 걸으면 악양생태공원(대산면 서촌리)이다. 26만5300여㎡ 부지에 잔디와 핑크뮬리 밭, 생태연못, 놀이터와 오솔길 등이 있다. 특산물은 따로 있다. 노을이다. 노을만큼이나 노을을 보며 산책하는 사람들의 검은 형체가 운치를 더한다. 화염처럼 붉게 물든 하늘에 날카로운 초승달이 떴다. 아라가야인들도 처녀뱃사공도 그 노을과 달을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함안(경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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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여행 수첩

체험 함안군 승마공원(가야읍 신음리 827-1/055-580-4363)에서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약 450m 트랙을 돈다. 이용료 성인 1만원, 청소년 5천원. 마차체험은 4인 기준 2만원. 성우항공비행교육원(법수면 윤외리 84-1/070-584-2133)은 악양둑방 근처에서 경비행기 비행 체험을 운영한다. 조종사와 함께 1인이 탑승한다. 1회 10~15분 비행, 평일 6만5천원·주말 8만원. 입곡군립공원(산인면 입곡리 1181-1/055-580-4592)에선 여행객들이 직접 운전하는 ‘무빙 보트’를 운영한다. 4인 기준 30분에 2만원.

식당 가야시장에 있는 ‘진이식당’(가야읍 말산리 470-14/055-582-7663)은 반죽에 명태를 통째로 넣어 부친 명태전이 별미다. 가격 1만원. 손수 빚은 막걸리도 한되에 1만원. 함안 한우 국밥촌에 국밥집이 여럿이다. ‘대구식당’(북촌리 957-16/055-583-4026)은 한우국밥과 한우국수, 그리고 국밥에 국수를 넣은 일명 ‘짬뽕’이 각각 7000원. ‘대영한우식당’(가야읍 도항리 121-1/055-583-1020)은 한우 고기를 데쳐 먹는 ‘된장샤브샤브’를 판매한다. 1인분(한우 100g) 1만2천원. 함안역(폐역) 근처 ‘옛날국시’(가야읍 말산리 58-20/055-583-2657)는 국수가 정갈하고 푸짐하다. 5천원.

숙소 가야시장 주변에 ‘루팡호텔’ 등 숙소들이 많다.

가는 길 마산역(KTX)에서 함안군청까지 차로 약 30분 걸린다. 서울에서 함안군까지는 차로 4~5시간 소요된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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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경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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