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박항서, 베트남서 꾸준히 겸손함 유지하는 이유[이용수의 하노이리포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베트남축구협회 감독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하노이=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박항서 감독이 겸손한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꾸준히 흔들림 없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타르카-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동남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등을 비롯해 올초 아시안컵 8강까지 눈부신 업적을 쌓아올렸다. 베트남에서 관심도 없던 성인(A)축구대표팀을 인기팀으로 변모시켰다. 베트남 축구 정상에 선 것이나 다름 없었다. 본지가 지난 일주일간 하노이에 머물면서 취재하며 들은 내용들을 종합한 결과 박 감독은 꾸준히 겸손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에 대한 미담이 자자하다.

과거 국내에 익히 알려졌던 다혈질 지도자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자하고 너그러운 지도자의 리더십이었다. 박 감독은 20일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서는 마음이 편하다. 한국에서 산전수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모두 겪어봤다. 눈물도 흘려보고 환희도 느껴봤다. 그런데 여기서는 잡생각이 들지 않아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한국에 있으면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 많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기선 낯선 타국이기에 행동 하나하나 책임감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선수들과 말이 통하지 않기에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스킨십을 자주하려고 노력한다. 오롯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깐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과거 경남, 전남, 상주 등을 지도했던 그가 K리그 팀을 지도할 당시와 다른 모습에 관해선 “내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인 건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피해의식이 있던 것 같다. 여기서는 그런 게 없으니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피해의식이 내면에 있었기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지난 행동을 많이 후회한다”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의 문화와 관습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그럴려고 노력 중이다. 외국인 감독이라고 베트남 축구를 한국화 시키려는 건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최대한 지도하는 것이지 문화와 관습을 바꾸려 온 건 아니다”라며 “선수들도 내 자식이기에 기본적인 에티켓, 인성교육도 병행해서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 내 평가는 높았다. 지나가는 팬 한 명도 놓치지 않고 팬서비스 하려는 모습을 본지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박 감독은 “대표팀 합숙 기간 중에는 교민들의 행사에 나가진 않는다. 축구협회의 행사나 스폰서 행사 외에는 일절 가지 않고 있다. 내 철칙을 깨트리면 어느 순간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교민들이 봤을 때 섭섭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은 욕심이 다 있다. 여기서는 훈련 때말고는 바쁠 게 없다. 내가 기독교 신자다. 내가 부족한 게 많다. 매일 아침 기도로 마음에 여유로움과 평화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 덕분에 조금씩 (겸손함을)보여줄 수 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 쉽게 대면하는 박항서 감독의 광고. 하노이 |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베트남 기업의 광고에 출연한 박항서 감독의 모습이 버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국내에도 대표적으로 알려진 한국 금융기관의 광고에 출연한 박항서 감독. 하노이 | 이용수기자


특히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사실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내가 한국인이기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동네는 아저씨처럼 돌아다닌다. 베트남 사람들과 마주치면 말이 안 통하니깐 ‘신짜오(안녕하세요)’ 한 번 하는게 끝이고, 기껏해봐야 사진 1초만 찍어주면 된다”며 적극적인 팬서비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애국심으로 광고 촬영을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광고가 들어온다고 전부 찍진 않는다. 광고 문의가 들어오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촬영한다. 베트남 2개 기업 빼곤 모두 한국 기업의 광고를 찍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purin@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