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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옆가게 김사장도 문 닫고… 하위층으로 밀려나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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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불황이 심화되면서 올해 3분기 가구당 사업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 분배는 가까스로 최악을 면했지만,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는 7분기째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7만6900원으로 1년 전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3.7% 증가했던 지난 2분기보다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다.

◇사업소득 -4.9%…자영업자 분위 하락 뚜렷

가계소득 증가세가 2분기보다 둔화된 것은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은 87만9800원으로 1년 전보다 4.9%(4만5800원) 감소했다. 지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3분기 기준 사업소득은 2014년 86만6400원에서 2015년 85만2900원으로 줄어든 이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는데 올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신 3분기 근로소득과 이전(移轉)소득이 4.8%, 8.6%씩 증가하면서 전체 소득은 2.7%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투자 둔화로 전반적인 내수 여건이 악화해 자영업의 업황이 부진하면서 전체 소득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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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대로변에 있는 한 상가에 임대 공고가 붙어 있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서울 시내엔 이처럼 빈 점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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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쪼그라든 자영업자들이 하위층으로 밀려나는 추세도 뚜렷이 나타났다. 고소득층인 4분위와 5분위의 사업소득은 전년보다 각각 10.0%, 12.6% 감소한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와 2분위는 각각 11.3%, 15.7%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이 부진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아래 분위로 이동하거나, 무직가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이 사업이 잘돼 사업소득이 늘어난 게 아니라 중상위층인 3~5분위 자영업자가 소득이 줄어 최저소득층인 1~2분위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소득 분배 다소 개선? 정부가 퍼준 이전소득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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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소득 불평등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퍼준 공적(公的) 이전소득 덕에 다소 나아졌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400원으로 1년 전보다 4.3%(5만6800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던 1분위 소득은 지난 2분기 0.04%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고, 3분기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1분위 소득이 늘어난 데에는 이전소득의 기여가 컸다. 1분위 이전소득은 67만3700원으로 전년보다 11.4%(6만9000원)나 증가했다. 이는 1분위 전체소득의 49.0%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전소득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지급한 기초연금이나 실업·아동수당 등 사회수혜금을 포함하는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3분기 1분위 공적 이전소득은 49만4600원으로 전체 이전소득의 73.4%에 달했다. 기초연금(17만6000원)과 사회수혜금(11만7200원)이 전년보다 각각 22.6%, 20.3%나 늘었다.

반면 1분위 근로소득은 44만7700원으로 1년 전보다 6.5%(3만1200원) 감소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일해서 버는 돈은 계속 줄어들고, 정부가 세금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메워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사업소득이 대폭 감소한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80만200원으로 1년 전보다 0.7%(6만45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5.37배로 1년 전(5.52배)보다 0.15배포인트 완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3분기 기준으로 역대 둘째로 나쁜 수준이었다.

◇세금·보험료 114만원…역대 최대

이번 가계동향 조사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점은 세금, 사회보험료 등 매달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非)소비 지출'이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한 113만8200원으로 집계됐다. 비소비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3%로 역대 최대였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월평균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2.7% 증가했지만,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쓸 수 있는 돈)은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수지 기자(sj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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