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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병역자원 '절벽'·공정성 화두… BTS도 결국 군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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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개편안 보니 / 석사·산업 등 대체복무 1300명 감축 / 국방부 “병력난 가중 … 축소 폭 부족” / “순수예술만 인정… 대중예술은 외면” / 가요계는 ‘BTS’ 형평성 논란 불가피 / 산업계 “中企 상시 인력난 겪는데 / 감축 대상 포함… 경영난 가중 우려”

21일 발표된 정부의 대체복무제 개선안은 병역자원 부족 문제와 산업·문화계의 대체복무 수요, 병역의무의 공정성 등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체육요원 선발과 복무에 대한 공정성 문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병력부족 우려 있으나 국가적 차원 고려 우선”

대체복무제 개선안의 핵심은 병역자원 확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2022년부터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는 만큼 안보를 위해서는 대체복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2∼2026년에 석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을 1500명에서 1200명으로, 산업기능요원은 4000명(현역입영 대상자)에서 3200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승선근무예비역은 1000명에서 800명으로 감축된다. 총 1300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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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자원 수급 문제로 고심해온 군 당국으로서는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만, 2020년대 인구절벽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1300명 규모의 대체요원 감축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 정도 감축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도 “병역자원 확보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관계부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체복무 개선안에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산업 지원이 강화됐다. 석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은 숫자를 줄이는 대신 소재·장비·부품분야 중소기업 배정 인원이 확대됐으며, 중소기업에서 복무 중인 인원은 대기업으로 전직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는 유지된다. 편입인원이 연간 45명에 불과해 병역자원 확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예술요원은 편입인정대회를 48개에서 41개로 줄인다. 방탄소년단(BTS) 등 국위 선양에 기여한 대중문화 예술인을 대체복무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체복무 감축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비롯한 순수예술분야는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대중문화는 포함하지 않는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분야는 현행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에 대한 대체복무가 존속된다. 대신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부실 논란을 빚었던 대체복무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단체 종목 경기출전자 편입인정 조항을 삭제해 체육요원 편입을 위한 불필요한 교체 출전을 예방할 계획이다.

◆산업·예술·체육계 반응 엇갈려

중소기업계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안에서 산업기능요원의 중소기업 배정 인원이 20% 감축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장에서 기술·기능인력 부족으로 상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계의 경영애로를 가중할 우려가 있다”며 “감축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보충역 활용 확대 등의 계획이 반드시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석사 전문연구요원의 중소기업 배정 인원이 확대된 점은 반겼다.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중소기업계의 호소와 이를 감안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대응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 환영한다”며 “소재·부품·장비분야 산업에 대한 우대 지원은 최근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독자적 기술개발이 중요해진 중소기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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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개선 관련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문화계에서는 무용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0대 초반에 군복무를 한 무용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용을 포기했고 무용을 지속하더라도 예술적 감성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발레는 2년을 쉬면 무용에 필요한 근육을 쓸 수 없게 되는 예술”이라며 “체육계에는 ‘상무’부대라도 있지만 무용계는 대체복무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이러다 예술 인재들이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에서의 활동을 택하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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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경우 올해 4월까지 ‘빌보드 200’에 3번씩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며 한류 확산에 기여했는데, 예술·체육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만 군 혜택을 주는 현재의 병역특례제가 공정한가”라고 물으며 “이는 한류의 주역인 대중문화계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체육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의 특수성을 감안한 현행 유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BTS도 결국 군대 간다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대체복무 혜택을 주지 않기로 정부가 최종 결정했다. 이강인 등 20세 이하(U-20) 축구 월드컵 준우승을 한 국가대표들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대체복무 요원으로 편입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병역 이행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병무청·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구성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한 형평성 논란 제기에 대해 확대가 아닌 전면 폐지 여부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현재 제도를 보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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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팬미팅이 열리는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TF는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대상이 연간 45명 내외로 요원 감축을 한다고 해도 병역자원 확보 효과가 크지 않고, 요원들이 국민 사기를 진작하고 국가 품격을 제고하는 등의 기여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중문화예술은 명확한 대상기준을 세우기 어렵고, 대체복무 감축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배제했다. 체육요원 편입 인정대회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한정된다. 정부는 전문연구요원(석사)과 산업기능요원, 승선예비역 등 대체복무요원 1300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2023년부터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은 박사학위 취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박수찬·이우중·서필웅·엄형준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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