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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운명의 10일’…중, 트럼프 ‘홍콩법안’ 서명 저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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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벼랑 끝 말고삐 돌려라” vs 미 “벼랑에 선 쪽은 베이징”

미국 협상팀 내주 베이징 초청 회유도…인권법 공방 치열

중앙일보

21일 중국중앙방송(CC-TV)이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백악관에 공식적으로 보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음해하는 이미지를 게시했다. [CC-TV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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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이 법안 발효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홍콩 인권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감 시한인 10일(휴일 불포함) 안에 서명하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외교부·홍콩·마카오판공실 등 정부 기관과 고위급 지도자가 총출동해 압박과 회유 양동 작전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연일 협박에 가까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20일 겅솽(耿爽) 대변인은 인권법 통과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중국은 미국이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되돌릴 것(懸崖勒馬·현애륵마)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정례 기자회견에서는 육성으로 “미국은 말고삐를 되돌리라”고 경고했다. 현애륵마는 중국의 외교 레토릭(수사) 25가지 중 24번째로 분류되는 위협적인 언사다. 최고 수위는 “경고하지 않았다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물위언지불예)”는 용어다. 지난 1962년 인도, 1978년 베트남 전쟁 직전에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렸다. 지난 5월에도 인민일보 칼럼에 등장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윌리엄 코언 미국 전 국방부장을 만나 “홍콩 인권법은 중국 내정에 대한 적나라한 간섭”이라며 “‘일국양제’를 파괴하려는 기도를 절대 윤허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회유도 나섰다. 류허(劉鶴) 부총리는 20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혁신경제포럼 환영 만찬장에서 “미·중이 1단계 무역협상을 달성하는데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이미 베이징으로 미국 협상단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주 목요일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연휴 전에 베이징에서 협상을 이어가자는 제안이다. 홍콩 인권법과 난항을 겪는 무역협상을 연계하려는 회유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중앙일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1일(현지시간) 상하원을 통과한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안에 서명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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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찬(陳茂波) 홍콩 재정사장(재정장관)은 전날 “인권법이 폭력시위자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으며 정세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실용적 태도로 신중히 고려하기 바란다”고 회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을 발효시키면 모두가 패자가 된다”며 “비관주의와 불확실성이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은 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반격했다. 인권법을 발의한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의 홍콩 법안이 통과된 뒤 중국이 ‘벼랑 끝에서 말고삐를 되돌려라’고 경고하며 내정 간섭을 멈추라고 했다”며 “하지만 ‘벼랑 끝에 선’ 쪽은 베이징이고 홍콩을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미국의 내정”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홍콩 인권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상·하 양원에서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된 법안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할 경우 2/3 이상 득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홍콩 인권법은 향후 열흘 안에 서명, 무대응, 비토 세 갈림길에 섰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앞으로 열흘간 휴회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의회 재표결에서 2/3에 미달할 경우 폐기되며,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거나, 열흘간 서명하지 않거나, 거부권 행사 뒤 재표결에서 2/3 이상이 찬성하면 자동 발효된다고 풀이했다.

인권법안은 국무부가 해마다 홍콩 고도 자치의 침범 여부를 ‘인증’해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해친 인물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제재를 규정했다.

홍콩 언론은 이날 일제히 향후 열흘간 미국과 중국이 홍콩 인권법 발효를 둘러싸고 최후의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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