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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英직원 "中이 고문" 폭로에 中 "성매매 자백"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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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던 사이먼 청이 지난 8월 중국 선전에서 실종되자 홍콩 곳곳에 그를 찾는 전단지가 붙었다. [BBC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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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날 때렸고 수갑을 채워 매달았다” (21일, 사이먼 펑 BBC 인터뷰)

“나는 죄를 지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22일, 중국 경찰 공개한 자백 영상)

중국 공안당국이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을 고문했는가.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인권 탄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직원이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며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면서다. 영국·중국 외교부 사이에 불꽃튀는 비방전이 이어졌다. 22일 중국은 이례적으로 그가 심문과정에서 진술한 자백 영상까지 공개했다.

홍콩 사태가 발단이었다. 지난 8월 8일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청(28)이 중국 선전(深圳)에 출장갔다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행방이 확인된 건 2주가 지난 22일. 중국 외교부는 그가 선전에서 불법 성매매를 한 혐의로 구류 15일 처분을 받고 복역중이라고 밝혔다. 석방된 그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1일 BBC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중국 경찰에 체포돼 고문당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이 체포된 이유는 중국 경찰이 영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영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자백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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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BBC가 보도한 사이먼 펑의 인터뷰. 그는 중국 경찰이 자신의 팔에 수갑을 채운 뒤 몇 시간 동안 매달아놨다고 말했다. [BBC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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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청 (21일, BBC 인터뷰)



청 : 나는 수갑에 채워졌고 경찰은 내 눈을 가렸다. 그들은 내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기자 : 몇 시간이나 그렇게 있었나?



청 :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긴 시간이었다. 그들은 나를 묶어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이런 식으로 하게 했다.



기자 : 그러니까 수갑을 채워서 위에 매달았다는 건가?



청 : 그렇다. 그리고 그들은 고문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몇 시간 동안 손을 묶어 올리고 매달아놨다. 매우 고통스러웠다. 또 몇시간 동안 (기마자세 취하며)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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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펑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찰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BBC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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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그들이 앉거나 멈추라고 하지 않았나?



청 : 그들은 날 때렸다.



진행자 : 때렸다고?



청 : 그렇다. 그들은 나에게 (영국) 영사관이 시위대에 녹아들라고 지시했는지 물었다. 그들은 나를 주모자로 여겼다. 영사관이 직원 중 자원자를 뽑아 홍콩 시위대를 조정하고 뒤에서 지시했다고 생각했다.

BBC는 사이먼 청이 “경찰이 자신을 ‘배신자’라고 불렀으며 그가 시위를 선동한 사실을 자백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청 : 나는 나를 고문할 필요없다고 울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걸 말하겠다. 하지만 영국이 시위대에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게 해달라.

그는 자신이 심문받던 곳에 홍콩에서 잡혀온 십여 명의 시위대가 고문받고 있는 것을 봤다고도 했다.

기자 : 그들도 머리에 두건이 씌워져 있었나?



청 : 그렇다.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심문관이 내게 그녀는 시위 때문에 여기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서 시위 때문에 끌려와 있구나.



기자 :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청 : 내가 본 게 10명 정도. 그러나 몇 명이나 있는지 확신할 순 없다. 그러나 매우 많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들었다. 누군가 광둥어(홍콩어)로 손을 올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는 말했다. 너희들은 시위를 할 때 많은 깃발을 들었잖아, 그렇지? 손 올려. 매우 크게. 난 느꼈다. 내가 손을 들어올린 것처럼 그들도 고문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선 말하기를 꺼렸다.

기자 : 과거에 기소된 적이 있나? 선전에서



청 : 나는 내가 기소됐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그들(중국)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워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인터뷰가 공개되자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런던 주재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라브 장관은 인권 탄압 행위에 대한 극도의 우려와 함께 중국 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과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도 가만 있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그는 중국 법률에 따라 체포되고 석방됐다”며 “영국의 잘못된 발언에 강력한 반대와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중 영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겠다고도 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사이먼 청이 경찰 조사에서 자백을 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경찰이 왜 그를 체포했고 그가 어떤 말을 했으며 중국 경찰은 그에 대해 인권 탄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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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 선전 경찰이 공개한 사이먼 펑의 자백 영상. 그는 영상에서 "나는 이 죄를 지었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CGTN(차이나글로벌TV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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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청 (22일 중국 선전 경찰 공개 영상)

경찰 : 우리가 당신을 구금했을 때 친구, 가족들에게 알려도 좋다고 했는데 당신은 왜 거절했나?



청 : 나는 구금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면 그들이 너무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리지 않았다



경찰 :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청 : 너무 부끄럽다.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나는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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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펑이 여자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 중국 선전 경찰은 사이먼 펑을 불법 성매수 혐의로 15일 구류형에 처했다. [CGTN(차이나글로벌TV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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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가 성매매를 했다는 CCTV 영상도 증거로 공개했다. CCTV에 찍힌 날짜는 지난 7월23일과 7월31일, 8월 8일 등 모두 세 차례였다. 8월 8일은 그가 선전 경찰에 체포됐던 날이기도 하다. 영상에는 그가 카운터에서 키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여성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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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펑의 페이스북. 그는 이곳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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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청의 실종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그녀의 대만 국적 여자친구를 통해서였다. 그는 베이징대와 도쿄대,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고 APEC 등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뒤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에 직원으로 일해왔다. 현재는 영사관을 그만둔 상태다.

현재까지 사이먼 청의 페이스북에 중국 당국 발표에 대한 추가 입장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CNN은 청의 가족들이 이날 "웃기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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