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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년주택, 안심하고 살라더니…관리인이 `스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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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내세운 대표 정책 중 하나인 기숙사형 청년주택에서 미흡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로 '스토킹'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과정뿐만 아니라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분노했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주택에 사는 여성 L씨(27)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피해 사례를 밝혔다. 그가 이달 12일 가명 택배로 받은 유자차 발송인이 지난 9월에 퇴사한 50대 아파트 관리인이라는 점이 드러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관심이 있어서 보냈다는 말에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면서 "처음에는 '딸 같아서 그랬다'며 택배를 거절해 불쾌하다더니 다음날 문자로 '사랑한다. 하루도 당신 생각 안 한 적 없다'고 해 화가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L씨는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이 해당 관리인을 확실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점 등 제도적 빈틈을 보인 데에도 분노했다. 그는 "경찰에서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과 상관없이 업무 중 취득했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관리인을 협박죄나 불안감 조성 등의 이유로 고소 가능한지도 물었지만, 요 며칠 문자 온 것만으로는 지속성이 없어 성립 요건이 안 돼 고소가 어렵다는 말에 화가 났다"며 하소연했다.

이어 "어떻게 경범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벌금 10만원 정도라 오히려 앙심을 품을 수 있다고 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전북경찰청도 같은 이유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에 간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음에 든다"고 연락한 순경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따른 처벌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청년주택사업을 관장하는 LH의 미흡한 대처도 문제로 꼽혔다. L씨가 거주하는 LH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 생활편의시설 등을 설치한 후 기숙사와 유사하게 운영하는 거주 시스템이다. 지난 8월 입주자 모집 당시 안전을 위해 관리인이 24시간 상주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관리 업무는 외주 업체에 일임했다. 그는 "LH와 관리 업체에 보조키를 달아 달라고 했다"며 "계약상 원상 복구 내용이 있어 거절하는 걸 설득해 자비로 설치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LH 측은 문제가 된 직원은 위탁 업체가 채용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LH 관계자는 "위탁 업체인 대원종합관리 등에 직원 교육을 하거나 보안각서를 받는 등의 절차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조키 설치를 거부한 점에 대해서는 매일경제 취재가 시작되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보니 운영 규정에 대한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요청이 들어올 경우 월세보증금 등 조건이 비슷한 곳으로 동·호수를 변경하는 안을 생각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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